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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Sep 05. 2018

오롯이 한박자로 완성된 작품
<서치>

<서치>는 객관적이다. 감독이 의도한대로 보고 믿고 놀랄 뿐이다. 

서치 (Searching, 2017)  

드라마 ‖ 2018.08.29 개봉 ‖ 101분 ‖ 미국 ‖ 12세 관람가 ‖ 감독_아니쉬 차간티

     

     

오롯이 한박자로 완성된 작품, <서치> 

     

     


<서치>는 객관적이다. 다만 관객이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예상하고 결론지을 뿐이다. ‘미친 서스펙트 영화다!’라 평가받고 있는 <서치>의 매력은 익숙한 반전을 ‘낯설게 만듦’에 있다. 컴퓨터로 하나로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이빗과 그런 주인공을 컴퓨터 화면으로만 봐야 하는 신기하고도 발칙한 방식은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탄생할 수 없다.”란 흔한 공식을 쉽게 뒤집는다.

     

<서치>는 갑자기 사라져 버린 딸(마고)을 웹상에서 검색만으로 찾아가는 아빠(데이빗)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설령 <테이큰>에 버금가는 데이빗의 시원시원한 액션을 기대했어도 괜찮다. <서치>는 오리올 파울로 감독의 <인비저블 게스트>(2016)만큼이나 흡입력이 뛰어난 작품이다. <인비저블 게스트>가 소름 끼칠 정도로 치밀한 인물들을 앞세웠다면, <서치>는 대화창 커서만으로도 관객을 압도한다.

   

출처: 영화 <서치> 중

  

감독은 데이빗 가족의 삶을 그들이 컴퓨터를 생활화하기 시작한 날로부터 관객에게 그대로 노출한다. 평범한 그들의 행복은 엄마(아내)의 죽음을 기점으로 수면 아래에서 조금씩 분열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불안과 헤아릴 수 없는 슬픔을 함께 나눌 줄 몰랐던 부녀의 모습은 영화 초반 내내 갖가지 장면으로 명확히 드러난다. 우린 데이빗이 모든 진실을 알아차리기 전부터 화상캠으로 보이는 마고의 공허한 웃음을 통해 그녀의 비밀스러운 행동을 암묵적으로 이해한다.  


시간이 해결해줄 줄 알았던 데이빗과 그런 아빠의 모습에 더욱 엄마를 그리워하며 스스로 외톨이가 된 마고의 모습은 반드시 치유해야만 하는 아픔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남겨진 자들의 반응은 사실 익숙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게 인간이다. <서치>는 이러한 클리셰를 빠른 속도감과 수많은 클릭 효과로 전혀 새롭게 풀어간다.


출처: 영화 <서치> 중

    

<서치>는 오로지 ‘관망’밖엔 답이 없다. 데이빗은 자신의 모습은 물론이고, 모든 인물을 컴퓨터 화면으로 보며 타자화시켜버린다. 단적인 예로 딸의 과거 영상과 자신의 현재 모습을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 띄어놓고, 괴로워하는 자신의 얼굴과 행복해하는 딸을 번갈아 보며, 자책하고 깨닫는다.


딸의 슬픔을 오로지 ‘시간에 맡긴’ 아빠가 딸의 SNS(사생활)를 뒤져서 알게 되는 아이러니는 영화 곳곳에 거미줄처럼 엮여 등장한다. <서치>에선 쉽게 타인의 개인정보를 알 수 있으며, 실체를 알 수 없는 것들에게도 인격을 부여하고, 사실보다 거짓의 무게를 재는 것이 더 익숙하고 평범하다. 그 세계에서, 이 세상에서 자기가 원하는 진실을 찾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오직 검색하는 것뿐이니까.


   

출처: 영화 <서치> 중

데이빗이 웹상 안에서 끊임없이 의심하며 악착같이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관객은 알 수 없는 불편함과 서늘함을 느끼게 된다. 그를 응원한다는 정의로운, 희망적인 감정보다는 데이빗의 사생활을 아무런 제약 없이 보고 있다는 거북한 감정이 먼저 다가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시간 생중계로 진행되는 한 가정의 개인적 사건이 관객 개개인에게 일대일로 각인된다는 점에서 우린 이미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어두운 현실을 경험하게 된다.

     

<서치>는 주인공의 마우스 클릭 수만큼이나 감독의 메시지와 감각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영상, 스토리, 인물의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아니 삼박자가 오롯이 한박자로 보인 영화는 참 오랜만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이른 시일 안에 <서치>에 빠져보길 추천한다.  

  


 

  


글_ 관객동아리 씨네몽 회원 김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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