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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Dec 09. 2018

깨질 수밖에 없는 꿈

<한 겨울밤의 꿈>_정재훈


한 겨울밤의 꿈 (2018) Midwinter Night's Dream, 정재훈

액션/스릴러, 한국, 16분    

     

깨질 수밖에 없는 꿈

     

     

추운 겨울날 목숨을 걸고 탈북한 이들의 염원은 남한에서 가족과 함께 사람답게 사는 것이다. 반면 남한 경찰들의 소원은 큰 사건을 해결해 경제적으로 불안한 생활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탈북자와 경찰들의 충돌은 필연적이다.


언뜻 보면, 자연스럽고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사건의 뼈대인 남북관계는 감독의 잠재된 편견에서 만들어졌다. 두 집단의 대립은 <한 겨울밤의 꿈>만의 특별한 이야기 조각이 아니다. 이미 예술인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소재다. 심지어 현재로선, ‘충돌하고 대립하는 남북관계’는 한물간, 후퇴된 관점이다. 


감독의 언어, ‘빨갱이’는 그리하여 <한 겨울밤의 꿈>의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린다. <한 겨울밤의 꿈>의 전혀 가공되지 않은 언어에 의하면 대부분 탈북자는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남한 경찰들에게 간첩으로 몰려 죽는 운명이며, 이로써 남북관계는 여전히 풀 수 없는 난제로 남게 된다.


출처: 네이버 영화 <한 겨울밤의 꿈> 포스터


감독의 메신저, 피에로는 스토리의 유일한 변수로 등장한다. 그는 페이스페인팅으로 자신의 진짜 얼굴을 가린 채 두 탈북자를 손님으로 맞이한다. 그의 밝은 웃음은 잠시나마 두 탈북자에게는 편안한 환상(꿈)을 제공하고, 관객에게는 남과 북의 존재를 잊게 함으로써 사건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한 겨울밤의 꿈>만의 매력은 바로 이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건을 주도하는 인물이 없음’을 관객에게 들킨 후부터 <한 겨울밤의 꿈>은 산산이 조각난다. 탈북자들과 경찰들은 감  독의 도구일 뿐이고 피에로는 무능력한 메신저다. 모든 인물이 관객의 눈과 귀에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고, 오히려 목적의식을 잃은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차별적인 총격전이 끝날 때까지 관객에게 끊임없이 “당신은 어느 쪽에 서 있는가?”라며 열심히 질문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다. 그들의 죽음이 충분히 비극적임에도, 관객은 절망과 슬픔을 전달받지 못한다.


전형적인 ‘빨갱이’를 일방적으로 풀어낸 점은 관객의 다양한 시선을 담아내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뛰어넘지 못한 점은 <한 겨울밤의 꿈>의 명백한 한계다. 




그리하여 어느 ‘겨울’에 일어난 ‘두 집단’의 ‘꿈’은
깨질 수밖에 없으며,
요란한 총격전 후에 남는 것은
시뻘건 눈을 하고 있으나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피에로의 얼굴뿐이다.







_‘씨네몽’, 김진실





<제1회 전주단편영화제> 포스터

PS. 본 비평문은 제1회 전주단편영화제 [프로그램 노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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