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극을 결정짓는 숏

B#7_『영화장화』하스미 시게히코·구로사와 기요시·아오야마 신지

by 우란

하스미 시게히코·구로사와 기요시·아오야마 신지, 조정민 역, 『영화장화』, 책읽는저녁, 2018



활극을 결정짓는 숏





이들이 말하는 ‘활극’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대화 자체가 모두 그들만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고, 언급하는 대부분 영화작품과는 초면이었다.


그런데도, 『영화장화』의 ‘활극’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평면적으로는 ‘숏의 반복’이라 하고,
추상적으로 혹은 철학적으로는 ‘영화의 아우라’를 뜻한다.



결국 숏으로 인물과 사건을 전개하고, 표현해 이를 관객에게 전달한다. 숏을 반복한다는 것은 영화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끝내겠다는, 즉 내러티브와 같다. 예컨대 새로운 사건이 진행되기 위해선 기존의 숏 반복 이후 전혀 다른 낯선 숏이 등장해, 또 계속 반복되어야 한다. 그 방식은 괴이할 수도 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으며, 어쩔 땐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몇몇 사람들은 상업영화와 독립영화를 구분하고, 이들이 말하는 고다르와 이스트우드, 스필버그 파(?)로 나누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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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대화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카메라인가? 비디오인가?>와 미국영화 <아바타>를 분석한 부분이다. 의도적으로 고정된 카메라나, 인물의 손에 들려 있는 듯 자유분방한 비디오의 관계는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 그렇다고 카메라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감독이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느냐에 달렸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첫 장면을 떠올리면, 그 양면적인 관계를 오히려 재미있게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이 직접 비디오 캠코더로 찍은 영상엔 스파이더맨의 활약상이 담겨있다.


관객들은 첫 장면부터 예고도 없이 주인공의 활약을 정신없이 봐야 한다. 거의 날 것으로 송출되어버리는 캠코더 영상은 관객에게 짧은 시간 안에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게 한다.


너무 익숙한 소재로 전락한 ‘스파이더맨’을 또 사용해야 하는 마블만의 특별한 방식이자, 차별성 확보 방안이다. 짧은 순간에 고정과 이동이 모두 표현된 점을 보면, 카메라와 비디오 선택의 문제보다, 결국 숏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다.





3D 영화의 시대를 연 <아바타>는 그들이 말하는 활극에 지나치게 벗어난 작품일까. 그들은 명확하게 분류하진 않지만, <아바타>를 포함한 대부분 미국 영화를 ‘기존 구식 이야기 구성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대신 특수효과에만 관심을 쏟은, 겉만 거창한 영화’라고 평가한다. 물론 스필버그는 예외라 한 부분은 재미있었다.



‘활극’을 결정짓는 숏의 역할은
장면 장면을 연결하는 감독의 역량을
뜻하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다른 말로 감독의 취향이라 표현하고 싶은데, 과연 이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역자 조정민의 말처럼, 영화를 만드는 이들보다 영화를 보는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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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게 이기는 것”은 영화를 활극으로 볼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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