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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Dec 11. 2018

정해진 결말도 답이 되니까

<아메리카 타운> _전수일 감독

아메리카 타운 America Town (2017)_전수일

드라마 | 한국 | 2018.12.06 개봉 | 94분 | 15세이상

     

     

     

정해진 결말도 답이 되니까

     

     

     

<아메리카 타운>은 기지촌 여성과 가난한 사진관 아들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인간다운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이들의 아득한 현실을 담고 있다. 기지촌에서 살면서도 몽키 하우스가 궁금한 대책 없는 영림과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는 15살 소년 상국의 삶 속엔 결여된 것이 딱 하나 존재한다. 사랑. 바로 조건 없는 사랑이다. 이를 감독은 ‘어머니의 사랑’으로 표현한다. 양아버지에게서 도망쳤음에도 기지촌에서 사는 영림과 폭력적인 동네 형들에게 돈을 받고 음란 사진을 현상해주는 상국의 하루 속엔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하다.


출처: <아메리카 타운> 스틸컷


양아버지는 영림에게 사과를 마치 짐승처럼 뜯어먹는 현실을 안겨주었다. 아버지의 무관심은 상국에게 달랑 한 장의 청재킷을 입고 음란 사진을 현상하는 기술만 늘게 했다. 안타깝지만, 그들을 지켜줄 사람은 침만 뱉을 줄 아는 악덕 사장과 다방 여자와 놀아나는 아버지, 즉 사랑에 무능력한 자들뿐이다. 따라서 영림과 상국의 만남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었다. 그들은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아메리카 타운> 안에서 진정한 사랑을 아는 이들은 단 두 명뿐이니까.

     



(※이후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아메리카 타운> 스틸컷


영림의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상국의 속이 뻔히 내다보이는 무표정은 <아메리카 타운>만의 언어다. 영화 속에 담긴 무거운 주제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한국과 미국의 수평적이지 못한 관계가 드러날수록 영림의 목소리는 더 날카로워지고, 상국은 눈물로 무표정을 씻어낸다.


과연 사랑으로 그들의 인생을 구원할 수 있을까. <아메리카 타운>은 당연한 듯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힘은 물론이고,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권력이 있다 해도 결코 영림과 상국은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없을 것이라 못 박는다. 잔인하지만, 그들이 사는 아메리카 타운은 아메리카 드림은 물론이고 어떠한 희망을 발견할 수 없는, 결코 따뜻해질 수 없는 세상이다.


두 인물의 접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있다. 영림과 상국은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은 존재하지 않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영림이 서럽게 울면서 지나가는 상국을 곧장 불러 세울 수 없는 것은 마음대로 전화 한 통 할 수 없는 자신의 현실로는 상국의 울음을 그치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녀가 상국을 위로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에게 첫 경험을 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당연하듯, 상국의 소원은 성병으로 이뤄진다.

 

상국은 성병에 걸렸음을 알고도 영림을 만나기 전과 같은 우유부단함을 버리지 못한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회피하고 마는 그에게 새로운 사건은 절대 발생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지옥 같은 현실에 일어날 사건 속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발견할 가능성은 없을 테니까.

영림을 변태에게서 구출한 사건 역시 두 사람에게 엄청난 기대효과를 주지 못한다. 이러한 상국의 한계는 결국 영림을 몽키 하우스에 들어가게 한다. 그의 선택을 옳고 그름으로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어떤 길이든 그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사랑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사진사가 될 상국의 미래는 매섭게 내리는 눈 때문이라도 펼쳐지지 못할 것이다. 가수가 꿈인 영림을 추락시킨 나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나 사랑을 배운 적 없는 어린 그다.


출처: <아메리카 타운> 스틸컷


영화의 끝. 몽키 하우스 앞에서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양공주들을 향해 울음을 쏟아낸 상국의 모습은 <아메리카 타운>이 그릴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이다.


어디가 몽키 하우스고 아메리카 타운인가. 

상국의 세계와 영림의 세계가 만날 수밖에 없던 이유가 이 질문의 답이 될 것이다. 

모든 영화가 그렇지 않지만, 처음부터 정해진 결말도 충분한 답이 될 수 있으니까.

     

    

     

     

글_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진실




PS.  이 글은 페이스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도 게시된 글입니다.

전주독립영화관 관객동아리 '씨네몽'회원으로 개봉작을 본 후 리뷰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페이스북에 매주 씨네몽 회원의 개봉작 리뷰가 개제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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