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4 교통사고
나를 만들어낸 과거에는 엄청난 사건들이 즐비하지만,
그중에서 오늘은 가장 오래된 사건을 꺼내 나열해보고자 한다.
유치원을 다니던 때였다.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의 기억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물론 모든 일을 떠올릴 수 없지만, 뚜렷한 단상은 있다.
순간 허리가 꺾이면서 주변이 온통 하얗던 하늘
도로 건너편 미용실에서 머리에 미용 비닐을 뒤집어쓴 엄마의 놀란 눈
그 미용실 앞에서 세상 떠나가라 울던 동생
검은색 차 보닛에 달린 날개 모양의 펜던트
검은 차 뒷좌석에 나와 동생을 품에 안고 전화를 하던 엄마
"엄마 얼굴이 뜨거워"라고 중얼거리던 나
"시발"이라며 중얼거리던 검은 차 아저씨
"뼈에 금이 갔지만, 크면서 붙을 가능성이 있습니다."란 비스름한 말
매번 병문안을 온 작은삼촌에게 웃으며 들어온다고 화를 냈던 나
인형에 파묻힌 나와 이를 부러워하던 동생의 눈
오직 카스테라 과자만 먹을 수 있었던 나
밥을 먹을 때마다 입을 크게 벌려 엄마에게 혼이 났던 나
앞에 입원한 어떤 오빠의 차분함과 방방 뛰었던 나를 비교했던 엄마
얼굴과 다리에 잔뜩 줄을 매달고 누워있는 그 오빠
그 오빠에게 손을 흔들고 퇴원한 나
곰인형을 안고 집에 가는 나
그날 이후 곰인형이 제일 좋아하는 인형이 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