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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거면, 차라리 보여주지 말지

영화_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브런치무비패스_좋은 알맹이로 이 무슨-

by 우란

* 브런치 무비 패스 #5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2017)

다큐멘터리 / 프랑스 / 2019.08.01 / 80분 / 전체관람가

감독: 질 드 메스트르



이럴 거면, 차리리 보여주지 말지



감동을 받는 것은 무리였다. 공감조차 받지 못할 이 영화를 하필이면, 극장 앞 줄에서 봐서 집에 가는 내내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임이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전부였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를 공감할 관객은 극히 드물 것이다.

드라마적 재미도, 다큐적 흥미도 전혀 느낄 수 없으니까.


알랭 뒤카스가 어떤 셰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를 찬양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놓고도 겨우 이런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게 경악스러울 뿐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감독의 카메라는 매번 풀 숲에 숨어 알랭을 훔쳐보는 것 말고, 한 일이 없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극단적 클로즈업은 물론이고, 제대로 중심조차 잡지 못하는 카메라 워킹은 영화 시작부터 관객을 지치게 한다.

이 세 가지가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내놓은 영화적 모멘트다.

분명한 감독 고유의 기술이지만, 정말이지 이건 그저 '움직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랭 뒤카스는 자신의 '위대한 여정'이란 알맹이를 비옥한 땅에 심은 줄 알았을 것이다.

질 드 메스트르의 손에 들어가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했겠지.

안타깝지 그지없으나, 현실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분명 이야기 알맹이는 좋다. 화려한 스펙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해나가는 그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니까.


알랭 뒤카스는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동시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재료와 음식을 찾아다닌다. 홀로 다니지 않고 항상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이 현장에서 직접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덕분에 제자들은 존경하는 선생님의 요리 철학과 삶의 방식을 바로 옆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 강렬한 경험은 곧 또 다른 위대한 여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 일 분도 그냥 흘러 보내지 않는 그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탐험가, 예술가, 모험가, 사업가, 개척가...

도전이 아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알랭 뒤카스에겐 그저 '수식어'에 불과하다.

자신의 텃밭을 보며 "나무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죠."라고 말한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꾸준히 있는' 것뿐이다.

그는 호기심과 용기, 추진력을 거름 삼아 지금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서 있다.

숱한 바람을 견뎌온 그 강인한 일관성은 그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한 발판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답을 얻으려면, 노력해야만 합니다."
"성공은 보장된 게 아니에요. 이 업계에선 보장된 게 없어요."
"미식의 왕이요? 아뇨, 전 손님에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남겨주고 싶을 뿐입니다."
"치열하게 노력해야 해요. 매번 성공할 수 없지만, 성공하면 오래갈 수 있어요."
"새로 시작하기 위해선 다 잊어야 합니다."
"우린 해낼 거예요. 시간에 개의치 않죠. 모두의 열정을 모아 여기까지 왔어요. 기적이죠.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는 이런 사람이다.

끝없이 도전하고, 제한 없이 나누고, 베풀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의 위대한 여정은 정말 볼만했다.

너무나 좋은 토양과, 농부를 만나지 못했을 뿐.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포스터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보여준 요리계의 거장 알랭 뒤카스는 쉴 틈 없이 자신을 직접 드러낸다.

영화가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자기의 명확한 인생 목적과 진리를 설파한다.


그 부분을 매력이라 포장할 수는 있어도, 형편없는 연출력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여주질 말지.


명색이 요리 영화인데, 어쩜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먹은 기분을 들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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