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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Jul 23. 2019

이럴 거면, 차라리 보여주지 말지

영화_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브런치무비패스_좋은 알맹이로 이 무슨-

* 브런치 무비 패스 #5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2017)

다큐멘터리 / 프랑스 / 2019.08.01 / 80분 / 전체관람가

감독: 질 드 메스트르



이럴 거면, 차리리 보여주지 말지



감동을 받는 것은 무리였다. 공감조차 받지 못할 이 영화를 하필이면, 극장 앞 줄에서 봐서 집에 가는 내내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셰프임이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전부였다.

그러나 단언컨대 이를 공감할 관객은 극히 드물 것이다.

드라마적 재미도, 다큐적 흥미도 전혀 느낄 수 없으니까.


알랭 뒤카스가 어떤 셰프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를 찬양하기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해놓고도 겨우 이런 영화를 세상에 내놓았다는 게 경악스러울 뿐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스틸컷

감독의 카메라는 매번 풀 숲에 숨어 알랭을 훔쳐보는 것 말고, 한 일이 없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극단적 클로즈업은 물론이고, 제대로 중심조차 잡지 못하는 카메라 워킹은 영화 시작부터 관객을 지치게 한다.

이 세 가지가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내놓은 영화적 모멘트다.

분명한 감독 고유의 기술이지만, 정말이지 이건 그저 '움직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알랭 뒤카스는 자신의 '위대한 여정'이란 알맹이를 비옥한 땅에 심은 줄 알았을 것이다.

질 드 메스트르의 손에 들어가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했겠지.

안타깝지 그지없으나, 현실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분명 이야기 알맹이는 좋다. 화려한 스펙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해나가는 그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으니까.


알랭 뒤카스는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사업을 시작한다. 동시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식재료와 음식을 찾아다닌다. 홀로 다니지 않고 항상 자신의 제자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그들이 현장에서 직접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한다. 덕분에 제자들은 존경하는 선생님의 요리 철학과 삶의 방식을 바로 옆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 강렬한 경험은 곧 또 다른 위대한 여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단 일 분도 그냥 흘러 보내지 않는 그에겐 다양한 수식어가 있다.

탐험가, 예술가, 모험가, 사업가, 개척가...

도전이 아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알랭 뒤카스에겐 그저 '수식어'에 불과하다.

자신의 텃밭을 보며 "나무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죠."라고 말한 것처럼, 그 역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꾸준히 있' 것뿐이다.

그는 호기심과 용기, 추진력을 거름 삼아 지금도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서 있다.

숱한 바람을 견뎌온 그 강인한 일관성은 그의 영향력을 전 세계로 뻗어나가게 한 발판이다.

출처: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답을 얻으려면, 노력해야만 합니다."
"성공은 보장된 게 아니에요. 이 업계에선 보장된 게 없어요."
"미식의 왕이요? 아뇨, 전 손님에게 맛있는 저녁식사를 남겨주고 싶을 뿐입니다."
"치열하게 노력해야 해요. 매번 성공할 수 없지만, 성공하면 오래갈 수 있어요."
"새로 시작하기 위해선 다 잊어야 합니다."
"우린 해낼 거예요. 시간에 개의치 않죠. 모두의 열정을 모아 여기까지 왔어요. 기적이죠. 정말 가치 있는 일입니다."

 이런 사람이다.

끝없이 도전하고, 제한 없이 나누고, 베풀면서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


그의 위대한 여정은 정말 볼만했다.

너무나 좋은 토양과, 농부를 만나지 못했을 뿐.

   

영화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 포스터


<알랭 뒤카스: 위대한 여정>가 보여준 요리계의 거장 알랭 뒤카스는 쉴 틈 없이 자신을 직접 드러낸다.

영화가 그를 돋보이게 한 것이 아니라, 그 스스로 자기의 명확한 인생 목적과 진리를 설파한다.


그 부분을 매력이라 포장할 수는 있어도, 형편없는 연출력이란 평가는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보여주질 말지.  


명색이 요리 영화인데, 어쩜 이렇게 맛없는 음식을 먹은 기분을 들게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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