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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Aug 18. 2019

너와 나를 연결하는 열렬한 몸짓

영화 추천,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On Body and Soul, 2017 제작  

헝가리 |  드라마 외 |  2017.11.30 개봉 |  청소년관람불가 |  116분 

감독: 일디코 엔예디          


너와 나를 연결하는 열렬한 몸짓       


수사슴과 암사슴이 함께 겨울 숲 속을 돌아다니며, 시냇물을 마시고 서로 코끝을 맞닿으며 온기를 나눈다. 두 마리 사슴이 눈을 깜빡이자, 도축당하기 직전의 소가 등장한다.

죽음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소는 총알 하나로 힘없이 자신의 뒷다리를 내어 놓는다. 마지막으로 목이 잘려 나간 후에야 비로소 육체에서 벗어난다. 그러나 파란 하늘처럼 맑은 두 눈은 끝내 감기지 못한다. 이 현실은 두 마리의 사슴이 거닌 숲 속과 다르지 않다.

딱 한 가지, 극한의 한기가 그들을 잠식할 때 사슴에겐 동료가 있지만, 소들에겐 없다는 점 그게 유일한 차이점이다. 그렇다고 사슴의 삶이 더 행복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아니다. 

출처: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스틸컷

전자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이고, 후자는 ‘벗어나야만 하는 꿈속’이니까.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는 남녀의 사랑을 말하지만, 사실 너무나도 다른 '나'와 '너'가 웃으며 손을 맞잡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사회성이 전혀 없는 여자(마리어)와 쌓아온 사회성을 버린 남자(엔드레)의 첫 만남은 서로에게서 본능적으로 느낀 동질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은 매일 같이 소를 도축하듯 자신의 하루를 죽이는 데 익숙해져 있었다. 그 형용할 수 없는 고독함과 외로움, 쓸쓸함은 그들에게 운명처럼 같은 꿈을 선물하고, 둘은 우연을 가장한 한 사건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러나 마리어와 엔드레는 좀처럼 상대가 뿜어내는 육체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둘은 너무나도 쉽게 오해의 늪에 빠져버린다. 이에 소들은 더 거칠게 피를 뿜어대고, 사슴은 사라진 동료를 하염없이 기다린다.

 

그들은 정말 한 줌의 햇볕도 허용하지 않는 도축장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출처: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스틸컷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를 익숙한 사랑 이야기라 오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약간의 환상(꿈)을 끼워 넣었다고도 지레짐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절망의 끝에 선 두 남녀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라고만 정의하지 않겠다. 이 영화는 사랑을 넘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인간의 용기’를 굉장히 고요하고, 섬세하게 그린 작품이다.  


‘너와 나의 열렬한 몸짓’이 당신을 충격과 공포 속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자락을 수놓을 아름다운 한 장면을 기대하고 봐줬으면 한다. 결과가 어떻든 분명 현실에서 매일 보던 따스한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영화 <우리는 같은 꿈을 꾼다>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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