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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란 Jul 14. 2017

"먹먹하지만, 속없이 아름답다"

<재꽃>,  두 아이의 탭댄스가 더 많은 관객의 눈과 마음에 담기길. 

<재꽃>(2016)  /  감독: 박석영  /   한국  /  드라마  /  125분



  “먹먹하지만, 속없이 아름답다”


     


  <재꽃>은 모든 면에서 치밀함과는 거리가 멀다.

  스토리는 담백하며, 카메라 시선은 인물들과 풍경에 집중되어있다.

  따라서 한없이 한적하고 조용하다.

  넓게 펼쳐진 갈대밭과 논밭을 함께 걸어가는 하담과 해별의 모습은 단번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익숙한 시골길에 생명을 불어넣은 감독의 확고하고도 애틋한 시선 덕이다.


출처: 영화 <재꽃> 중


  <재꽃>은 따뜻한 영화보단 가슴 먹먹한 영화다.

  어리숙하여 걱정스럽지만 웃픈 어른들의 이야기와 어여쁘지만 불안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위태롭게 섞여 있다.

  서툴러서 힘든 사랑과 너무 성숙해져 미쳐 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랑의 충돌은 관객에게 진한 애잔함을 남기기까지 한다.

  불빛 한 점 없는 어둠이 깔린 도로로 빨려 들어가는 해별의 한숨이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분명한 진실임에도 우악스럽게 철기의 입을 틀어막았던 진경, 단 한 마디로 모든 감정을 토해내며 그들을 고개 숙이게 했던 하담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음을 빙자해 매몰차게 뒤돌아섰던 엄마를 기다리기 위해 풀숲으로 숨었던 과거의 하담. 그녀는 아빠의 어색한 표현들을 애써 괜찮은 척하는 해별에게서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해별에게 진실을 알려주지 못한 하담의 울음 섞인 독백은 <재꽃>의 주요한 전환점이다. 하담은 자기처럼 풀숲으로 들어가고 있는 해별의 손을 잡고 빠져나온다.

  절박하게 또 담담하게.


  두 아이의 뜀박질은 곧이어 서로의 손을 잡고 춘 아름다운 탭댄스로 완성된다. 

  

출처: 영화 <재꽃> 중


  무엇보다 <재꽃>의 뛰어난 몰입감은 모든 배우의 열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표정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배우들의 연기는 가히 최고였다.


  <재꽃>은 대사 자체도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하다.  대사 한 마디에 모든 감정을 담아내고 있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것보다 더 큰 울림을 주는 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었던 <재꽃>의 숨은 공신이 아닐까.


  - 출처: 영화 <재꽃> 중



  투박하게 세워져 있던 그 다리, 그 다리 위에서 탭댄스를 추던 아이들, 빈 병의 간절한 호출, 그리고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한 우리.

  


글, 관객동아리 씨네몽 김진실



P.S 

  이 글은 페이스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 게시된 글입니다.

  전주독립영화관 관객동아리 '씨네몽'회원으로 개봉작을 본 후 짧은 리뷰를 올리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페이스북에 매주 씨네몽 회원의 개봉작 리뷰가 매주 개제될 예정이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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