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하는 일은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마음이 마음에게 지고
내가 나인 것이
시끄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가 네가 아닌 것이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울 때
그리하여 탈진해서
온종일 누워 있을 때 보라.
여기가 삶의 끝인 것 같을 때
내가 나를 떠날 것 같을 때
손을 보라.
왼손은 늘 오른손을 찾고
두 손은 다른 손을 찾고 있었다.
손은 늘 따로 혼자 있었다.
빈손이 가장 무거웠다.
겨우 몸을 일으켜
생수 한 모금 마시며 알았다.
모든 진정한 고마움에는
독약 같은 미량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고맙다는 말은 따로 혼자 있지 못한다.
고맙고 미안하다고 말해야 한다.
엊저녁 너는 고마움이었고
오늘 아침 나는 미안함이다.
손이 하는 일은
결국 다른 손을 찾는 것이다.
오른손이 왼손을 찾아
가슴 앞에서 가지런해지는 까닭은
빈손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
내가 외롭지 않은 까닭은
내가 외로울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삶은
외로움이란 질감을 너무나도 잘 알아서
뭐든 거침없이 만지고 또 쑤셔댈 수 있다.
눈물을 긁어모으는 질퍽한 알갱이들은
눈을 감고 만져도 알 수 있으니까.
그게 퍽 고마울 때가 있다.
그걸 느낄 수 있는 손이
혹은 왼손이 혹은 오른손이
아님 손들이, 결국 다 함께라서.
또 그게 퍽 미안할 때가 있다.
쉽게 외롭다 말할 수 없는 날에도
왼손은 외로움을 꽉 쥐고,
오른손을 찾으려 안간힘을 쓰니 말이다.
마치 외로움은 다 같이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며
너를 꼭 강제하는 것 같아서.
하지만 나는 내가 나를 부르고 찾는데,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고만 싶지 않다.
영원히 외롭지 않다고 선언하고 싶지도 않다.
외로움을 모른다고 말할 수 없기도 하고,
이를 기다리지 않겠다고 확신할 수도 없으니까.
'견딜 수 없이 시끄러'운 오늘.
나의 손들의 결합은,
우리 손들의 협업은,
뭐든 함께 한다는 가정을 가정으로만 두지 않기에
고맙고 미안하다.
'빈손이 그토록 무거운' 이유를
내가 나를 잡아끌어올림으로써 답하는 대신,
'미안함이 그토록 무겁'다는 질감도 함께 첨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