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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연 Jan 30. 2022

나는 자기계발서가 싫다.

통념에 반하는 시리즈의 시작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상 모든 자기계발 도서 저자 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이 시리즈는 비난을 목적으로 쓴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사색의 나눔인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약 10년 전 고등학교 재학 당시, 권장 도서 목록에는 늘 위대하고 고귀하신 이들의 마인드셋을 담은 저서들이 올라가곤 했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연 사람, 인류를 위해 평생 희생한 사람, 자퇴하고 꿈을 좇아 대성한 누군가... 어쨌든 성공한 이들의 생각 방식에는 분명 셀링 포인트가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흥미로웠고, 특히 "~해라" 식의 조언이 많이 담겨있었다. 사실 또 배울 점이 있으니 성공 '신화'일 것 아닌가.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런 흐름에 동의했다.


다만 시간이 지나고 깨달은 게 있다면, 날 때부터 나는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버린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귀감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것이 나의 '자기 계발'로 이어지기에는 뭔가 연결고리가 없이 붕, 떠버리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故 스티브 잡스의 그 유명한 스탠퍼드 연설이 있었다. 내가 그의 "Connecting the dots"를 기억하는 건 다름이 아닌, 연설문 원문이 시험 범위였기 때문이다.


아무튼 대단하긴 하지만 내 앞에 놓인 건 대학 입시고 그 후 대기업 입사였다.




아마 그쯤 내 동년배들도 비슷한 피로감을 느꼈던 것 같다. 위인의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위키피디아가 친절히 알려주고 있었고, 그마저도 픽션에 가까운 형태로 다가오기에 도서로써의 소비 가치가 점차 떨어졌다.


그러다 불현듯 '비움'의 붐이 불어 꽤나 오래 지속되었다 (어쩌면 아직 일부 진행 중이다). 내려놓는 법, 무소유, 감정 다이어트, 미니멀리즘, 뭐 그런 것들 말이다. 갑자기 스님들이 대한민국 전역을 휩쓸던 그때. 아마 이때부터 우리는 고전 자기계발서들의 그것과는 뭔가 조금 다른 가치에 열광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제는 각종 에세이들이 (힐링을 빙자한) 제목으로 경쟁을 펼치는 시대인 듯하다. 요즘 서점에 가면, 열심히 살라는 책 옆에 열심히 살 필요 없다는 책이 또 놓여있다. 물론 지금 내가 써 내려가는 이 시리즈의 제목 또한 꽤나 도발적이다.




자기 계발: 잠재하는 자기의 슬기나 재능, 사상 따위를 일깨워 줌.


자기 계발의 사전적 정의는 위와 같다. 그런데 자기계발 도서에도 트렌드가 있고 거기에 편승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시대적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조금 모순적인 양상이지 않은가.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혹은 마이웨이대로 산다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더 나은 사람의 기준이 애초에 객관적인 거였나.


어떤 창작물은 누군가에 스며들어 가치관에 영향을 주는 반면, 오로지 흥미나 지식 습득을 위해 객관적으로 읽히는 창작물도 있다. 문제는 자기계발서가 전자를 목적으로 소비될 때가 많다는 점이다. 많은 이들이 자기계발서에서 주로 '흡수할 거리'를 찾는데, 사실 이런 도서도 소설처럼 객관화해서 바라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자기계발 서적을 읽지 말자는 건 아니다. 그저 그것도 결국 타인의 경험을 농축해서 뽑아낸 내용이니, 독자들이 이를 무분별하게 체화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변형하고 필요한 부분만 골라낼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는 거다.


공감과 동일화는 다르다. 타인의 경험성 글을 지나치게 소비하면서 '위로 의존도'를 높이지 않길 바란다. 누군가 이미 소화한 삶의 지혜만 읽다가 스스로에게 더 필요한 내용들을 놓치지 말기를 당부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타인의 상황과 감정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에 부족한 내용들을 현명하게, 또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나와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시리즈는 그런 소망에서 출발하는, 나를 돌아보는 글의 모음이다.



*커버 사진은 2021년 11월 스페인 그라나다 여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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