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이 Jun 30. 2018

갈림길에 서서

트랙에서 벗어나기 2




 언젠가부터 뉴스 기사를 보면서 내가 그 통계에 포함되는 게 싫었어요.  10대 절반 이상이 어떠하다더라. 20대 70% 가 그런 경험이 있다더라. 대한민국 국민 중에 50%는 그렇게 산다더라. 그런 걸 봤을 때 그 얘기에 나도 해당되면 그 내용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좋은 내용은 거의 기사로 다루지 않기도 하지만-  기분이 이상했어요. 초라해. 해당이 안 되면 안심이 된다고 해야 할까. 오히려 거기에 들지 않는 게 잘 살고 있다고 말해주는 지표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잘 살고 있다는 건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다른 사람들처럼 사는 게 잘 사는 건 아니다.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잘 사는 것.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기분이 먼저 느껴졌죠. 


 

그래서 그 기분을 따라 부모님과 선생님이 가지 말라고 한 대학을 가고 하지 말라고 한 전공을 하고 휴학도 길게 하고 배낭여행을 가고 졸업반이 되어서도 취업준비를 하다 말고 바리스타가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그런 기사를 보는데 정반대의 기분이 느껴졌어요. 내가 철이 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철이 든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어 졌어요. 다른 사람들처럼 살면 좋은 점은 그냥 살면 된다는 거죠. 시시각각 그렇게 살면 안 된다 지적하는 사람도 없고 나를 호기심으로 보는 사람도 없고 안쓰럽게 보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내가 그런 사람을 지적질하고 호기심으로 보고 안쓰럽게 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살짝 지겹기도 하고 견디기 지쳤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사는 방식을 이해받으려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신경 쓰지 않으려 애쓰는 것. 



출근할 때 사람으로 가득 찬 지하철에서 내려서 저절로 떠밀려서 환승하러 가는 것처럼 살고 싶었나 봐요. 나는 항상 반대편의 텅 빈 지하철을 타서 꽉 찬 지하철을 바라보는 입장이었거든요. 처음엔 저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날 텅 빈 지하철에서 반대방향으로 가는 내가 너무 외롭고 무서웠어요. 건너갈 수 있을만한 나이에 건너가 봐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죠. 나중에 다시 여기로 돌아오더라도. 그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사람으로 꽉 차고 우울로 가득 찬 지하철이 부러워졌어요. 참 부러울 것도 없어요. 그쵸? 


그래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려고 했어요. 막 엄청 대단한 거 말고 그냥 9시에 출근하고 주말에 쉬고 적당히 돈 벌고. 처음 내 생각대로라면 아주 쉽게 돼야 했어요. 왜냐면 다들 이렇게 산다고 했으니까. 다들 쉬운 길을 찾아서 간 거고 정말 하고 싶었던 건 힘들어서 피한 거잖아요. 근데 웬걸. 남들처럼 사는 것도 힘들더라구요. 누가 그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나는 괜히 혼자 억울하고 분해서 치를 떨었어요. 

  내가 많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 건데 그것도 안 되냐! 그 큰 꿈을 줄이고 줄여서 접고 접어서 이제 잘 보이지도 않는데 그래도 큰 건가. 그럼 원래 내 꿈을 보면 대체 뭐라고 할까. 너무 커서 오히려 보이지도 않는다고 할까. 아무리 인생이 가성비 떨어지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려 해도 정말 너무 심해. 

말할 대상도 없이 분노했어요. 



그래도 꾸역꾸역 남들처럼 사는 것에 성공해서 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에 실려 다녀보니 짠 속았지! 사실 남들처럼 사는 게 제일 힘든 거지롱. 다들 그래. 그렇더군요. 에이 속았네. 쉬운 길인 줄 알고 갔는데 힘드니까 두 배로 억울하네요. 게다가 가고 싶었던 길도 아니었다는 것에 또 두 배 더 억울했어요. 이제 쉬워 보이는 길과 힘들어 보여도 가고 싶은 길 갈림길 있으면 가고 싶은 길로 가려구요.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가고 싶은 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 갈림길에서 고민한다면 어느 길로 가더라도 각각의 마음고생이 있을 거라는 것. 어차피 둘 다 힘들 거라면 가보고 싶은 길로 가야 한다는 것 또한.

  

작가의 이전글 전해야 할 편지, 전하지 못할 마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