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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Jun 28. 2018

전해야 할 편지, 전하지 못할 마음.

고백을 앞두고




제 손에는 지금 편지봉투가 들려 있습니다. 그리고 땀이 흥건합니다. 땀으로 편지가 젖어 글씨가 번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당신은 아실까요?     



어젯밤 저는 낮의 열기가 살짝 남아있는 저녁 무렵부터 책상에 앉아 바람이 차가워 창문을 닫아야겠다 생각할 만큼 늦은 밤까지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글을 쓰며, 창 밖을 보며 왼손으로 편지지 끝을 어찌나 만지작거렸는지 글을 마무리하고 제 이름을 적고 나니 편지지가 박물관에 전시된 연서 마냥 낡아버려 새 종이를 꺼내어 한 자 한 자 다시 눌러썼습니다. 그때도 손에 땀이 자꾸 나는 것 같아 몇 번이나 손수건을 쥐었다 펜을 잡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며 우려내 찻잔에 담아온 차는 반도 채 마시지 못했습니다. 편지에 마침표를 찍고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갑자기 목이 타고 입이 바싹 말라 식어 버린 차를 물처럼 벌컥 마셨습니다. 


저는 글을 써 내려가다 색이 조금씩 짙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했습니다.  당신에게 건넬 이 편지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저의 바람이자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이 편지가 당신에게 건네져 읽히는 순간 우리 사이에 놓인 모든 것이 바뀔 것입니다. 과거는 의미가 바뀌고 관계의 미래도 바뀔 것입니다. 어느 방향인지 저는 알지 못하지만. 당신 손에 전해지고 나면 정해지겠지요.


 저의 바람인 우리의 미래가 너무 큰 욕심이 아닌지 혹여나 도리어 그 욕심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마저도 빛바래게 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당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닌지 머뭇거리느라 책상에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러 번의 단념과 많은 용기와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당신은 아마 알지 못하시겠지만.     


당신 앞에 이렇게 서고 보니 편지를 건네기에 필요한 용기까지 어젯밤 편지를 정성껏 접어 봉투에 넣는데 다 써버린 것 같아 어찌 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제 눈에 보이는 당신은 참으로 빛나 보이고도 편안합니다. 당신 눈에 비치는 나는 어떨까요. 초라하고 어색하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저의 바람을 당신에게 전할 수 있을까요? 조금은 용기가 생기는 듯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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