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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Jul 09. 2018

네가 준 것들

우리의 시간을 복습하며




인하야. 몇 번 보지도 않은 남자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면서, 실연에 힘들어하는 진을 위로하면서 네 생각, 네 얘기를 많이 하게 된다. 사랑은 어찌 보면 상대를 짠하게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너는 못되고 무뚝뚝한 나를 언제나 안쓰럽게 봐주었지. 그리고 걱정해주었지. 그게 좋기도 하고, 멋쩍기도, 어느 날은 나를 나쁘게 만드는 것 같아 외면하고 싶기도 했다. 너는 나를, 우리의 연애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우리의 연애는 어디 갔을까? 사람들의 기억은 다 다르게 적히잖아. 우리의 연애는 2016년 그 어딘가에서 시시덕거리고 있을까? 2017년의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까? 



인하야.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다시 너를 만나고 싶진 않지만 다만 내가 그때 조금만 더 너른 마음이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곤 해. 나는 너를 짠하게 보지 않았어. 너를 미워해야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그리고 정말 미워했지. 늘 나를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했어. 사실 아니었는데 나를 너의 최선에서 예뻐해 주고 있는 중이었는데 내가 그때는 그걸 정말 몰랐어. 나는 너를 참 많이 미워했지만 너는 내 미움도 너의 사랑도 내가 주는 불안도 다 껴안고 행복해했지. 나와 헤어지면 네가 정말 성숙한 연애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너에게서 배운 게 많아. 사랑을 퍼부어 주는 것, 따뜻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고 조금 더 너른 마음으로 예뻐해 주는 것 배웠지. 실천은 잘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 드라마 연애시대 보는데 이런 장면이 나오더라. 


연애시대 6화 중에서

은호: 나는 그래요. 그 사람과 나 서로 상처받고 많이 힘들었지만 아니 지금 힘들고 있지만 나나 그 사람이나 앞으로 어떻게 되든 사랑했던 것만큼은 진심이었고 후회하지 않아요. 그게 사랑인 것 같아요. 이런 생각 사실 현중 씨 덕분이에요. 참 많이도 아니라고 부정도 해봤는데 어쩔 수가 없네요.

현중: 왜 후회가 안 돼요! 불행하게 끝났으면서 왜 후회가 안 돼요!?


현중: 은호 씨처럼 헤어지고도 후회 안 하는 그런 사랑 난 못합니다. 죽고 못 사는 사랑 같은 거 나 안 믿어요. 그런 사랑도 때 되면 배신하고 배신당하거든요. 내가 은호 씨 좋아하는 그만큼. 그만큼이 나한테는 사랑입니다.

은호: 그렇다면 미안해요. 나는 사랑을 해봤기 때문에 현중 씨 정도의 감정으론 만족 못해요.



나는 너와 헤어진 뒤에 이 대사를 자주 생각해. 사람들은 이제 '그런 사랑' 다시 할 수 없을 거라고 그런 사랑은 없다고 나에게 말할지 몰라.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사랑'을 받아봤기 때문에 '그만큼'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더라. 네가 준 사랑이 내 평생 '그런 사랑'의 마지막이라면 그냥 이대로 소중히 간직하며 살 수밖에. 정말로 고마웠고 미안했다. 내 적은 그릇으로 너를 만나 너를 울게 하고 마음고생하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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