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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Jul 31. 2018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법

퇴사를 고민하다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들어 하루 종일 퇴사한 사람들은 뭘 하는지 찾아보면서 그 사람들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용감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그만 둘 용기가 없어서 망설이기만 하는 느낌이라 초라하다고 일단 그만 두면 용감해지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는 나에게 당신은 이렇게 말했죠. 


그 사람들이 영상이나 글을 올린 이유는 당장 그곳을 뛰쳐나가세요.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거예요 무서워하지 마세요. 그런 뜻이 아닐 거예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때요? 



회사를 다닌다는 건 어쩌면 망망대해에 큰 배를 타고 항해하는 선원 같은 것일지도 몰라요. 비록 항해에 관한 의사결정도 거의 반영되지 않고 풍경 같은 건 볼 여유도 없이 그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선원이겠지만. 거기서 죽도록 열심히 하면 제일 밑바닥 기계실에서부터 위로 승진할 수도 있고 혹여 아주 운이 좋다면 선장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죠. 아마도 30년 후쯤에나? 예정 가능한 경로로 예상 가능한 범위로 일이 진행될 거예요. 그러다 다른 배를 만나면 그 배에 일하는 사람이 부러워 보일 때도 있고 거기가 더 좋아 보이기도 하고 갈아탈 수도 있겠죠. 우연히 시기가 맞아 배를 갈아타는 사람도 있고 여기는 아니다 무작정 뛰어 내려서 다른 배로 헤엄쳐 가는 사람도 있겠죠.


그렇지만 밖이 전혀 보이지 않는 기계실에서 뜬구름 같은 소문을 듣고 그냥 망망대해에 뛰어내리는 건 미친 짓일지도 몰라요. 물론 그곳에 하루라도 더 있으면 죽을 것 같거나 물이 새고 있는 배라면 1초라도 빨리 뛰어내리는 게 낫겠죠. 하지만 현재 있는 배에서 여유가 있다면 준비를 하고 뛰어내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어떤 배를 타고 싶은지 내가 타고 싶은 것이 작더라도 내가 운전할 수 있는 배인지, 아주 큰 배인지 생각해보고 어느 종류의 배가 있는지 알아보는 거죠.


일단 어떻게든 되겠지 이런 마음으로 뛰어내려도 타이밍이 좋아서 금방 다른 배를 찾을 수 도 있고 구명보트를 탈 수도 있겠지만 안전한 배를 타고 있을 때 거기서 준비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준비하는 거죠. 갑판에 잠시 올라가서 어떤 배들이 있나 보기도 하고 요새 날씨가 어떤지 관찰도 해보고 식량을 비축해두기도 하고 어떤 배를 타고 싶은지 운전을 직접 하고 싶다면 운전하는 요령을 배우기도 하고 구명보트, 구명조끼도 사두고 나룻배도 하나 만들어보고 노 젓는 법도 배우고 그런 다음 뛰어내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준비를 해도 불가항력인 상황이 있을 수도 있죠.  옮겨간 배가 더 큰 배에 치여 전복될 수도 있고 날씨는 예측 불가니까 하필 뛰어내린 때가 태풍이 휘몰아치거나 안개가 끼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일 수도 있고 난데없이 비가 올 수도 있고 바람이 불 수 도 있지만  준비를 최대한 한 사람,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고 나온 사람과 아닌 사람은 대처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그 배를 타고 있되 영원히 이 배를 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말고 이 배를 가까운 시일 내에 떠나아만 한다고 생각하면서 행동하다 보면 언젠가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제 이 배를 나가도 되겠다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분명히 올 거예요. 막연히 내리고 싶다는 생각 말고 이제 내려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날. 그때 날 좋은 날 골라서 미련 없이 떠나는 거예요. 구질구질하게 떠난 배 쳐다보는 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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