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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Jul 25. 2018

사랑이 뜻대로 되지 않는 날




사랑이 네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와 너 사이 헤아릴 수 없이 깊고 넓은 사막이 생하여

갈라지고 터진 손으로 물을 길어 흩뿌려도 타들어 가는 열기에 금세 날아갈 뿐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찬연하던 꽃과 나무들이 마르고 비틀어져 모진 바람에 날아가려 해 

붙잡아 다시 심어보려 해도 거칠어진 손 사이로 모래와 함께 빠져나갈 뿐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네 눈물이 메마른 바닥을 적시고 적셔도 망연한 사막은 조금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떠나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그 뒤에 주저앉아 악을 쓰고 울고 바닥을 칠 밖에

그리하여도 너를 돌아봐 주지 않을 것이다. 

그에게 준 네 마음 내쳐버리고 떠나도 너는

깨진 조각 흩어진 바닥에 엎드려 눈물 흘릴 뿐

그가 준 사랑 내 보이며 물어도 답이 없을 것이다.

온 몸 가득 깨진 조각에 생채기가 나고 피가 흘려도

차가운 기운에 손발이 곯고  심장이 멎을 것 같아도

너를 돌아봐 주지 않을 것이다. 눈길 한 번 주지 않을 것이다.

네 속에 들어 있던 함께 할 시간, 공간, 대화들 허공에 다 찢어버리고 떠나도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너는 무릎을 꿇을 것이다. 그 걸음 못 옮기게 붙잡을 것이다. 

얼어붙어 펴지지도 않는 손으로 바짓단을 쥐어뜯을 듯 온 힘을 다해 매달릴 것이다.  

그는 예정되어 있는 길을 가는 사람처럼 걸음을 옮길 것이다. 

그래.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릎 꿇은 그대로 눈물 흘리는 것 밖에.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너는 울기만 하면 된다. 

속이 불탔다가 시렸다가 고통에 빠져 영원 속에 갇힌 것 같지만 너는.

시간이 흐른다. 물처럼 흐른다. 막아 놓으려고 해도 줄줄 흐른다. 네가 우는 시간이 흐른다. 

네가 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애를 쓰고 온갖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 빨리 흐르지도 않고 더 느리게 흐르지도 않고 딱 네가 우는 만큼 시간이 흐른다. 

그러니 울지 않으려 하지 말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말고 그저 울면 된다. 

터진 수도관처럼 여러 갈래로 흘러나오도록 가슴을 치며 큰 소리로 울면 된다. 

네가 우는 동안 시간이 너도 모르게 그도 모르게 

흐르고 흘러서 큰 비에 성난 강이 다 휩쓸어 가듯 다 뒤섞이고 흐려지고 떠내려가 잊힐 것이다. 

너는 울기만 하면 된다. 조금만 더 울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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