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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이 Aug 31. 2018

불안증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5년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너를 생각만 해도 너무나도 안타깝고 짠해서 눈물이 흐르네. 지금 내가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손을 꼭 잡고 말해주고 싶다. ‘살아내느라 정말 고생이 많다’고, ‘수고한다’고 말해주고 싶어. 머리만 대면 잠들던 네가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수없이 보낸 밤들. 겨우 잠들었다가 눈 뜨자마자, ‘머리가 아프지는 않은지’, ‘손발이 저리지는 않은지’,‘심장이 빨리 뛰지는 않는지’를 점검해보고, ‘오늘은 괜찮지 않을까?’라고 기대하는 네 모습이 너무나도 안쓰러워 꽉 안아주고 싶어. 지옥 같은 시간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들 속에 혼자 갇혀서 울지도 못하고 있는 너를 보듬어 주고 싶어.     



나는 있잖아, 네게 제일 먼저 이런 말을 해주고 싶어. “더 발버둥 쳐도 괜찮아. 더 소리쳐도 괜찮아.” 돌아보니 그렇게도 힘들고 무서운 순간에도 너는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고 배려하고 걱정했지. 그럴 필요 없다. 긴 터널을 나와 돌아보니 그게 제일 바보 같은 짓이었어. 다른 사람들이 네가 미친 거 아닌가 생각하고, 너 때문에 힘들어할 것을 걱정했었지. 걱정할 필요 하나도 없어. 더 얘기해도 되고 더 울어도 되고 처음 보는 사람한테 얘기해도 돼. 너무너무 힘들고 불안할 때 생각났지만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할까 봐 연락을 망설이고 있는 지금 그 사람에게 연락해도 된다. 



    다들 너를 도와주려고 할 거야. 너를 미쳤다고, 혹은 너 때문에 힘들다거나 귀찮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아.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해줄 거야. 네가 떠올린 사람은 너를 정말로 도와줄 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떠올린 거야. 도움을 청해도 돼. 정말이야. 길을 가다가 소리가 지르고 싶으면 질러도 된다. 너무 답답하면 가슴을 쳐도 되고 엉엉 소리 내서 울어도 된다. 네가 절대 해선 안 된다고 참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그걸 하는 순간 너에게 가장 도움이 될 거야.    

  

넌 지금 네가 하고 싶지 않은 걸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면서 너는 원래 강한 사람이었는데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나약해졌는지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지. 스스로에게 너무 모질게 굴지 마. 다른 사람에게는 이렇게 다그치지 않을 거잖아 괜찮다고 토닥여 줄 거잖아. 잘하고 있다고. 너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어. 너의 마음을 아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울고 있는 아기한테 이러지 말라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겨내라고 다그쳐봤자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고 오히려 못된 행동이잖아. 지금 너에게 못된 행동하고 있는 거야.      


너에게 조금만 관대하면 어떨까? 하고 싶으면 다 해도 되고 다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감정을 숨기고 참지 마. 그러면 더 커 보여. 불안하면 불안해하면 돼. 우울하면 우울해하면 돼. 슬퍼서 울고 싶으면 울면 돼. 이 감정들은 나쁜 게 아니야. 숨기고 참는 게 나쁜 거야. 불안하다 우울하다 슬프다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좋은 거고 용감한 거야. 이러면 안 된다고 다그치는 게 너를 더욱 힘들게 만드는 거야. 너는 지금 너에게 솔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야. 네 마음이 더 이상 못해먹겠다고 소리치고 있는 거야. 그만 다그치라고 지쳤다고 네가 지금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있잖아. 못 하면 큰 일 날 것 같은 그거 안 해도 된다.     


네가 나를 만나면 제일 먼저 묻고 싶은 걸 알아. 네가 원하는 목표를 내가 해냈는지, 마음은 편안해졌는지 그걸 묻고 싶겠지. 마음은 편안해졌어. 너는 잘 헤쳐 왔거든. 그런데 지금의 나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목표들은 해내지 못했어. 근데 전혀 큰 일 나지 않았어. 오히려 그래서 마음이 편해졌어. 하기 싫은 걸 해 내는 게 용감한 거 아니야.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 나 그거 하기 싫어’라고 말하고 인정하고 포기하는 게 더 용감한 거야. 조금이라도 쉴 수 있으면 좋겠다. 조금만 물러나서 보면 알 수 있을 거야. 네가 참고 이겨내려고 버티느라 지쳐 있다는 것.      


참을 필요도, 이겨낼 필요도, 버틸 필요도 없어. 지금의 너 자신이 제일 소중하다. 네가 잘 지내야 나도 잘 지내는 거잖아. 너만 걱정해. 나도 친구도 부모님도 걱정할 때가 아냐. 지금은 너만 돌보면 돼. 네가 너를 잘 돌볼 수 있게 되어야 나도 친구도 부모님도 잘 지낼 수 있어. 너는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너를 보고 있지. 그래서 너는 너무 무섭겠지만 너는 정말 잘하고 있다. 그리고 잘 헤쳐 나갈 거야. 내가 이렇게 너를 보고 있는 게 그 증거 아니겠니.      


내가 여기 서서 너를 지켜보고 있고 너의 수고를 다 알고 있고 너를 위해 울고 있어. 잊지 마! 너는 정말로 정말로 잘할 수 있을 거야. 잘 지나와서 우리 조금 있다가 5년 뒤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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