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실패다!
오늘도 체중계는 보란 듯이 최고 숫자를 갱신중이다.
내 마음과는 반비례로 전속력을 다해 계속해서 달려만 간다.
‘오늘 밤에는 정말 아무 것도 먹지 말아야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뒤집어쓴다.
기다렸다는 듯 머릿속에서는 한바탕 축제가 열린다.
노르스름한 기름옷을 입은 삼겹살이 웃으며 손짓하고, 오동통한 닭다리가 나를 향해 아장아장 걸어온다.
돈가스가 두 팔을 활짝 벌려 날아다니고, 캔 맥주가 엉덩이춤을 춘다.
탕수육이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노래를 하고, 계란후라이가 윙크를 한다.
‘제발 그만좀 해, 날 좀 내버려 두란 말이야.’
뱃속에선 요란하게 천둥이 치고, 나는 발버둥을 쳐 본다.
오늘도 어김없이 귓가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악마: 맥주 한 캔 정돈데 뭐 어때?
‘그렇지? 괜찮겠지?’
나도 모르게 거실로 나가 맥주 캔을 쓰다듬는다.
천사: 도대체 얼마나 더 높은 숫자를 보려고 그래?
‘정신 차려!’
퍼뜩 정신이 들어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고 맥주를 잡고 있던 왼손의 손등을 찰싹 때린다.
악마: 국장님이 그러셨잖아,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라고. 자신한테 관대해 지라고, 내일부터 하면 되지, 거 참 팍팍하게 왜 이래.
천사: 그럼 점심에 먹은 죽이 헛수고가 되잖아, 안 돼 안 돼.
악마: 점심때 죽 먹었으니 최소한의 양심은 지킨 거야 괜찮아.
‘악~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고. 에라, 모르겠다.’
과자 한 봉지를 뜯어 캔 맥주와 함께 야금야금 먹는다. 꿀맛이다.
아하!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지금 이 순간은 대왕마마도 부럽지가 않다.
하지만…. 부른 배를 만지고 있으려니 또다시 죄책감이 몰아친다. 오늘도 실패다.
내일 저녁에는 부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지 않기를 바라며 달콤한 잠속으로 퐁당 빠져 들어간다.
악마: 하. 하. 하. 오늘도 내가 이겼다.
천사: 제발 내일은 성공해야해. 제 발….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