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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병아리 Mar 16. 2023

신과의 전쟁

나만아는 비밀의 전쟁

  요즘은 아침마다 전쟁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오늘도 나만 아는 한바탕의 소동이 시작되었다.

  분명 지난주까지만 해도 맞던 옷들이 지금은 맞지가 않다. 아무리 생각을 해 보고 또 해 봐도 이상한 일이다.

  뜨거운 물로 세탁을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건조기에 돌린 기억 역시 없다.

  그런데도 날이 갈수록 옷이 점점 줄어드는 걸 보면 도깨비 녀석이 몰래 찾아와 요술을 부리고 가는 것이 분명하다.


  오늘도 성큼 작아진 청바지에 콩콩 뛰며 애써 몸을 밀어 넣는다. 하지만 잠기지 않는 단추에 좌절하고 만다.

다른 바지를 집어 들고 낑낑대며 몸뚱이를 우겨넣어 보지만 도저히 역부족이다. 


  ‘어딘가 도깨비방망이를 숨겨 놓은 게 틀림없어, 암 그래,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지.’

방안을 휘휘 둘러보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거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좋다. 그것도 아니라면 범인은 단 하나. 죄인 바지에게 잘못을 묻겠다.’


  “그대는 불과 얼마 전까지 내가 입고 다니던 옷이 진정 확실 하느냐? 바른대로 고하 거라.”

  구석에 웅크려 앉아 떨고 있는 작디작은 바지에게 다가가 냅다 호통을 친다.

  “네, 거짓이 없음을 고합니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옆에 계신 지방 신에게 물어보심이 어떨는지요.”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왔는지 양볼에 심술을 덕지덕지 묻힌 지방 신이 얄밉게 혀를 쏙 내민 채 방실방실 웃고 있다.

  앗불사! 삼겹살과 치킨이라는 달콤짭짜름한 행복에 젖어 곁에 성큼 다가온 ‘지방 신’의 존재에 대해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구나.


  오늘부터 지방 신과의 전쟁을 선포하노라.

  그렇다! 점점 단지가 되어가는 내 몸뚱이가 문제인거지 옷에는 그 어떠한 죄도 없음을 인정하노라. 


  새해 목표 역에서 성공 역으로 떠나는 1번칸 열차에 싫다고 발버둥치는 빨강, 노랑, 녹색, 파란 옷의 커다란 몸집을 지닌 ‘다이어트’ 글씨친구들을 들여보내려 애를 써 보지만 쉽지가 않다. 어르고 달래보다 결국 엉덩이를 발로 차 억지로 열차에 태워 보낸다.


  늘 실패했던 1번의 계획이 올해는 꼭 성공할 수 있길...

지방 신과의 전쟁에서 꼭 승리를 거머쥐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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