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1일

눈 오는 날 밤, 재즈

by Nari

수프 카레를 배불리 먹어 만족스러웠지만, 지금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는 아쉬웠다. 오늘은 여행의 첫날이고 눈이 내리고 시끌벅적한 시내 한가운데에서 나만의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찾았다. 이 들뜬 마음을 조금을 가라앉혀 줄 조용하고 근사한 곳. 추천을 받아 지도에 표시를 해둔 재즈킷샤, 자메이카로 정했다.


카레 집에서 10분 남짓한 빌딩에 도착했다. 외관부터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다. 당연히 1층 혹은 2층의 작은 건물일 거라 생각했으나 자메이카는 빌딩의 4층에 위치해 있었다. 얼떨떨했지만 층수 옆 작은 표지판은 내가 찾던 그곳이기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랐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바로 들리는 진한 재즈 음악. 아, 여기구나! 새하얀 복도에 서서 음악 소리가 흘려 나오는 까만 문을 잠시 응시하였다.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어떤 세상이 나타날지 너무나도 궁금했다. 숲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어두컴컴한 동굴로 들어가는 기분, 짜릿한 두근거림을 안고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큰, 말 그대로 엄청나 라는 생각이 드는 음악 소리와 꽤 어두운 공간이었다. 곳곳의 조명들이 빽빽이 수많은 lp와 cd를 비추고 있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바엔 뽀글 머리를 한 손님이 맥주를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었고, 뒤의 테이블 석엔 나와 같은 여행자 무리가 음악을 듣고 있었다. 안내해 주는 바 자리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주문하였다. (등 뒤에 있는 커다란 스피커에서 음악이 들려왔다. 당시 나는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방문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엄청나게 비싸고 유명한 스피커였다.)


사실 재즈를 듣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여름 철, 청량한 기타 연주를 듣다 재즈에 빠지게 되었다. 재즈는 무겁고 진한 음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내가 모르는 음악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 후로 기타, 피아노 등 내가 마음이 가는 음악을 듣고 있다. 음악을 조금씩 알아갈수록 어느 공간을 가면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래서 이곳에 오고 싶었다. 여기서는 어떤 음악을 들을 수 있을까


쿵짝쿵짝 박자가 몸을 들썩이게 했다. 음악과 나만의 시간.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한 쪽에선 기타를, 반대편엔 트럼펫을. 다음엔 피아노 음이 흘러나온다. 둥둥둥 낮은 베이스 음이 마음을 편하게 해 준다. 이른 아침부터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낯선 나라, 행복하면서도 긴장감이 내내 몸속에 있었는데 베이스의 낮은음이 편히 등을 얼러 만져주는 것 같다. 이번 여행에서는 이 감정을 잘 기억해야지.


since 1961이라고 적힌 문구를 본다. 이렇게 긴 시간 재즈를 틀고 손님을 맞이하는 삶은 어떤 삶일까. 음악, 그중에서 재즈를 통해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이 작은 공간에 다들 어떻게 알고 왔을까, 모두들 무엇을 찾아왔을까.


문득, 자메이카 사장님은 어떤 음악이 시작이었는지 궁금했다. 물론 처음 들은 음악이 내 마음을 울리진 않았을 수도 있지만,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음악은 어떤 음악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가장 좋아하는 음악은?이라는 물음에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이게 가장 좋고 내일은 다른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수많은 곡이 각자의 마음속에 다른 형태로 머물겠지.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삶이 조금 더 좋아졌다. 그래서 아마도 나는 더 음악을 사랑하고 싶은 것 같다.


점점 몸이 나른해지고 쌓인 피로로 눈이 감기려고 한다. 슬슬 자리에서 일어날 때이다. 마침 문을 열고 중년의 남성 손님 두 명이 들어온다. 그들은 일행은 아니어서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오늘 눈을 많이 맞으셨을까, 그래서 문득 음악을 듣고 싶어 져서 이곳에 오시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마음을 가득 채운 나는 먼저 일어납니다. 좋은 저녁 시간 보내시길.



keyword
팔로워 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