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로 돌아가는 길
따뜻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아름다운 재즈로 마음을 채운 뒤 다시 길을 나섰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삿포로 시내는 화려한 간판 조명과 많은 사람들, 여전히 내리는 눈으로 정신이 없었지만 이마저도 꽤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거리가 어느 순간 끝이 나자 순식간에 조용해진 길을 걷는다. 눈이 내리고 눈이 쌓여있다. 어두운 길에 창문으로 비추는 네모난 밝은 불을 조명 삼아 걷는다.
아직 나는 열이 푹푹 나는 상태이다. 그래서 추운지도 모른다. 맨손으로 쌓인 눈을 만져보다 뭔가 일본에서 내리는 눈은 다른 감촉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포근한 느낌. 눈이 부드럽고 포근하다. 그래서 이렇게 볼록하게 쌓이는 걸까, 하며 뭉쳐보지만 잘 뭉쳐지지는 않는다. 호텔 근처의 공원에 다시 한번 들리기로 했다. 호텔 가는 길을 지나쳐 공원 길을 걷는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곳은 꽤 질척거렸다. 군데군데 녹은 눈이 얼음이 된 곳도 있었으니 아랑곳 않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본다. 강한 사람. 저 멀리 산책 나온 강아지와 아빠와 아들이 보인다. 강아지와 아들은 신이 났고, 그 둘을 바라보는 아빠도 조금 들뜬 모습이다. 눈이 오면 더 신이 나게 산책을 하는구나.
공원을 가로지르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이 공원의 입구엔 지하철 역이 있고 공원에는 많은 출구가 있다. 공원을 가로지르면 아마 조금 더 빨리 집에 도착하는 모양이다. 다들 총총총 가볍고 빠르게 걷는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 몸을 녹이고 싶을 것이다. 공원에는 크리스마스 나무가 있다. 아주 큰 나무 위로 눈이 쌓여있다. 크리스마스의 나라에 가면 이런 풍경일까. 너무 아름다워서 연신 사진을 찍는다. 어두워서 결과물이 영 마음에 안 들지만 사진을 찍는 순간이 즐겁다. 나중에 사진첩을 봤을 때 그곳의 사진이 많다는 것은 그곳에 있던 순간이 그만큼 행복했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잔뜩 찍어서 나중에 사진첩을 볼 나에게 이때의 행복함에 대해 알리기로 한다. 나 여기서 엄청나게 웃고 있다고.
실내에서 보는 겨울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한다. 사무치는 추위를 느껴야 겨울이다. 계절은 몸으로 닿아야 더 잘 느낄 수 있는 법이다. 손끝과 발끝이 시려졌지만 마음이 벅찬 상태로 숙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