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냥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났다. 가게 앞에 세워둔 화분 사이에 뿅 하고 서 있었다. 창을 바라보며 앉아있던 손님들이 사진을 찍으며 작게 환호하는 소리에 알아챘다. 처음엔 늘 오던 고양이인 줄 알았다. 우리 가게에 오는 치즈는 한 마리뿐이니깐, 당연히 그 아이겠지 했는데 뭔가 달랐다. 가게엔 문이 두 개가 있는데 늘 오는 고양이(애옹이라고 한다.)는 앞쪽의 문 앞에서 애옹-하고 작은 소리로 본인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그럼 난 문을 열고 밥을 준비하고 그 사이 애옹이는 본인이 밥을 먹는 자리에 얼굴을 비비며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 만난 이 고양이는 오른쪽 문의 화분 사이에서 나타나 뭔가 이상하긴 했다. 시력이 조금 낮아 실눈으로 조금씩 다가가 보니 확실히 애옹이보다 몸이 크고 털이 더 빵빵해 동글동글했다. 애옹이는 코에 점이 있는데 이 아이는 점은 없었고 꼬리가 너구리처럼 털이 많고 줄무늬도 있었다.
사료를 부어주자 붓는 동안 멀찍이 떨어졌다가 내가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 밥을 맛있게 먹었다. 먹으면서도 지나다니는 사람과 차를 경계하는 모습에 조금 안쓰러웠다. 손님이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고 들어오려다 이 아이가 밥을 먹는 것을 보고 멀찍이 떨어져 쭈그리고 앉아 지켜보셨다. 들어오셔도 된다 말씀드렸지만 손님도 아이가 밥을 편히 먹었으면 하는 듯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셨다. 이 고양이는 나이가 좀 있어 보였는데 평소 잘 먹고 다니는지 살이 통통하게 쪄서 행동이 조금 느렸다. 그게 귀엽기도 하고 사고가 날까 걱정되기도 했다.
저녁 마감 전엔 늘 오던 애옹이도 와서 밥을 먹었다. 오늘도 변함없이 늘 오던 문 앞에서 애옹-하고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오늘따라 더 반가워 나도 조금 높은 톤의 목소리로 애옹이를 반겼다. 밥을 가득 부어주고 추운 날씨에 조금이라도 몸을 녹일 수 있게 미지근한 물을 주었다. 항상 잘 먹어주는 애옹이를 보며 가게를 마무리했다. 정리를 하던 중 시야에 너구리 꼬리를 살짝 본 것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