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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Oct 13. 2022

새벽을 열어

나를 위한 시간

 오늘부터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기를 시작했다. 일찍 일어나서 굉장히 생산적인 일을 한다거나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난 그저 오전에 체력과 컨디션이 좋은 편이고 오후엔 나른하다가 퇴근을 한 후엔 엄청난 피로를 느낀다. 잠을 아무리 푹 자고 일어난 날에도 밤엔 너무나도 피곤하고 에너지가 떨어진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되며 해를 볼 수 있는 시간도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여름은 항상 밝고 에너지가 넘치지만 겨울은 그렇게 침울해지고 차라리 겨울잠을 자고 싶을 정도다. 동절기에 맞춰 가게 영업시간을 한 시간 줄였다. 한 시간 빨리 퇴근을 하며 그동안 보고 싶었던 책도 읽고 못한 요가로 몸도 풀고 싶었는데 실제 시간과 다르게 내 몸이 느끼는 시간은 이미 자정이었고 취미 생활은 고사하고 그저 앉아서 꾸벅꾸벅 졸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이 아쉽고 아까워 그냥 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했다. 밤 11시 30분이면 잠자리에 들었다. 다행히 우리 고양이들도 밥을 왕창 먹고 왕창 뛰다가 11시가 되니 각자의 공간에 자리를 잡는 것이 아닌가! 얼떨결에 고양이와 비슷한 생활시간을 갖게 되어 은근히 즐거웠다.


 첫 날인 오늘, 알람 소리에 깨 어리둥절하게 알람을 끄며 휴대폰 시간을 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났다. 평소 6시 30분쯤 일어났는데 그땐 해가 떠오를 시간이라 주위가 조금 밝았다. 하지만 이 시간의 밖은 그저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5시간이 넘었지만 여전히 어제 같았다. 곧 해가 뜨고 주위가 밝아질 거라 생각하니 괜히 설레었고 남들보다 조금 이르게 아침을 시작한 기분은 꽤 좋았다. 둘째 고양이 미우는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난 게 이상한지 함께 자던 침대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고 첫째 고양이 제리는 오늘 침실을 벗어나 본인의 숨숨집에서 잠을 잔 듯 아직 보이지 않았다. 먼저 씻고 나오자 두 마리다 그새 배가 고팠는지 밥을 달라고 냥냥 거리기 시작했다. 찬물 세수로 조금 잠이 깬 나는 조금 말똥 한 정신으로 밥그릇에 밥을 부어주고 뜨거운 물을 끓였다. 제법 쌀쌀한 기온에 뜨거운 물을 아침의 필수가 되었다. 따뜻한 물을 마시며 몸을 속부터 천천히 깨웠다. 창밖을 보니 이제 주변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진짜 하루의 시작을 만났다. 평소와 다름없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 뒤 고양이들과 놀아주고, 따뜻한 두유 오레를 내려 마시고 오늘의 할 일을 정리했다. 여유롭게 천천히 나른하게 아침을 움직였음에도 시간이 충분했기에 아침 일기를 쓰고 얼마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잠시 읽었다. 이 순간이 너무 담백해 하루 종일 기분이 온화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를 돌본다는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바쁘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하루에도, 그럼에도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행하는 것이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내지 않으면 친한 사람들과 만나 밥 한 끼 먹기고 힘들고 좋아하는 영화를 느긋하게 보는 것도 힘든 요즘이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고 나를 지탱해 줄 수 있는 것을 찾고 계속해 나간다면 오늘 하루 힘든 일을 만나도 그냥 그렇게 넘길 수 있는 것 같다. 작고 사소한 것들이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다져준다고 느낀다.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서 좀 더 나에게 적합하고 나다운 결정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 곁에 가까이 두고 틈틈이 행하고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아침 시간에 나를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것은 하루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하고 싶은 것을 투자하는 시간이 아닐까. 나는 계속해서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고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여 이 거친 세상에서 멋지고 단단하게 자라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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