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한 내가 될 거야
이곳에서 가게를 시작한 지 곧 1년이 되어간다. 조용한 주택가의 한 골목에 있는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자주 들었던 말들은 ‘어떻게 이런 곳에 가게를 할 수가 있어요?’ ‘취미로 하세요?’라든가 ‘이 건물 건물주이시죠?’ 등의 이야기들을 들어왔다. 나로선 처음 보는 사람들의 이런 질문들이 달게 들리진 않아 마음속에 깊숙이 담아 두었었다. 찾다 보니 이까지 왔어요, 여기 월세가 싸서요, 취미 아니고 생계입니다.. 등 입 밖으론 잘 나오지 않는 말들은 입 안에서 맴돌다 몸 안으로 삼켰다. 사람들은 참 오지랖도 넓다며 조금은 불편한 생각을 하며 그날의 에너지를 빼앗기곤 했다.
그렇게 11개월째 일을 하고 있다.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며 스스로 생각을 하기도 하고 우울해졌다가 다시 열심히 해 보자며 일어나기를 반복하다 보니 오늘이 되었다. 나를 버티게 해 준 것들은 우선 집에 있는 우리 고양이들. 사료 값과 모래 값을 벌어야 하는 집사로서 쉴 틈이라곤 없다. 그리고 이 멀고 조용한 골목까지 와 주는 단골손님들.. 그들의 따뜻한 발걸음에 하루를 또 버텨낼 힘을 얻는다.
한 달 전인 작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평소와 같이 영업을 시작했다. 한 단골손님이 가게를 방문하셨다. 이 여자 손님은 지난 6월부터 종종 가게를 방문해 주신다. 주로 혼자 오셔서 책을 읽기도 하고 뭔가를 쓰기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신다. 단골손님은 모두 반갑지만 내가 만들어 둔 공간에서 오롯이 자신의 시간을 보내다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감사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일상에, 휴일에 이곳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이 크다. 이날도 반갑게 손님을 맞이하고 서로 안부를 묻고 주문한 음료와 샌드위치를 내어드렸다. 추운 12월에 단골손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가시기 전 조금 쑥스럽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꺼내 주셨다. 손님들께 이렇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은 적은 처음이라 되게 놀랐고 기뻤다. 고양이와 크리스마스트리가 그려진 카드엔 꾹꾹 눌러쓴 단정하고 귀여운 손글씨로 안부와 감사의 글이 쓰여있었다. 이 카드를 보자마자 이곳이 생각이나 꼭 크리스마스 카드를 써야겠다는 말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2년 전, 나도 좋아하는 카페 사장님께 연말 편지를 써 드린 적이 있었다. 이런 공간을 만들어 주어 너무 고맙고 오래오래 있어주세요.. 하고 감사와 바람을 담은 편지를 쓴 적이 있었다. 편지는 부담스러울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냥 선물보다 짧은 편지가 내 마음을 더 잘 표현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편지를 받고 읽고 나니 그때의 생각이 났다. 오늘 내게 편지를 주신 이 손님도 그때의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편지를 썼을까, 하는 생각을 하니 더 마음이 뭉클해지고 찌릿찌릿 전기가 통하는 기분이었다. 편지를 읽고 또 읽고 예쁜 표지가 잘 보이는 곳에 두었다. 표지의 고양이는 마치 매장에 자주 오는 길고양이 너구리를 닮아 더 정이 갔다. 밖의 날씨는 매일매일 더 추워지는데 어째 이곳의 온기는 조금 더 따뜻해지는 것 같다. 가게 일이 너무 힘들고 이 일을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늘 걱정이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버텨야 하는 이유가 조금씩 더 생겨나고 있다. 무너지지 않고 조금 더 단단한 내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