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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May 12. 2023

보호자의 삶이란

고양이와 산다는 것

 우리 집은 일인 이묘 가정이다. 3년 전 가을, 약 2년 7개월 전 엄마가 버려진 작은 고양이를 구조하면서 나와 고양이의 삶은 시작되었다. 본가엔 강아지가 있어 자취를 시작한 내가 고양이를 키우기로 했다. 그 아이는 매우 작고 피부병에 걸려 털이 듬성듬성 빠져 있었다. 내가 아는 고양이의 모습이 아니라 꼬리가 긴 정말 쥐 같은 모습이었다. 이렇게 작은 새끼 고양이는 처음 봐서 얼떨떨했다. 난 이 작은 치즈 고양이에게 앞으로는 영리하게 똑 부러지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에(당시의 외모도 반영해) 톰과 제리의 제리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제리는 무럭무럭 자라 곧 3살이 되어간다.


 우리 제리는 집사의 무릎엔 중성화 수술을 했던 때를 빼곤 올라온 적이 없다. 늘 기다리고는 있지만 책상 위에 올라온 적은 있지만 무릎냥은 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성격도 조금 까칠한 듯 하지만 병원만 가면 그렇게 쫄보로 변한다. 찍소리 하나 안 내고 진료를 잘 받는 편이다. 처음엔 이러한 점이 대견해 보였는데 이젠 차라리 성질을 내고 싫다는 것을 표현을 했으면 할 때도 있다. 착하고 잘 견뎌내는 성격이라 평소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참을까 봐 걱정이다. 고양이들은 싫은 것은 쳐다도 안 본다지만 그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기 마련이니.


 작년에 가게 근처에서 어미에게 버려진 새끼 고양이를 구조했다. 동네 할머니들 말로는 전날 밤 어미가 새끼들 물고 이사를 갔다고 했는데, 하나만 남겨두고 갔다. 혹시 늦게라도 오지 않을까 싶어 하루종일 기다려 봤으나 오질 않았고 겁 많은 아기 고양이는 구경하는 사람들을 피해 결국 자동차 엔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 힘겹게 아이를 꺼내고 결국 우리 집 둘째로 입양하게 되었다. 생각해 둔 이름이 없던 아이이기에 병원에 데려가 진료 접수를 할 때 길고양이라는 이름은 쓰고 싶지 않았다. 마침 미우! 하고 울어서 그래 너는 미우로 하자! 하고 미우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그때 우리 제리에게 갑작스러운 동생이 생겼다. 충분한 공부를 하고 입양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했기에 제리에게는 아직까지 미안한 일 top5 안에 들고 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우리 미우는 오늘 1살 생일을 맞이한다. 그 사이 둘은 꽤 친해져 함께 우다다를 하며 놀기도 한다. 6-7개월이 되었을 땐, 제리는 미우를 피하면서 미우가 침대에 있으면 침대 위에 올라오지도 않았는데, 이젠 엉덩이를 맞대로 잠을 자기도 한다. 아직 서로 그루밍은 아직이다. 조금 바라고 있고 해 주면 좋겠지만 지금도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미안하다. 평생 사이가 안 좋게 지낼 수도 있다는데, 이 정도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제리가 영 놀이 반응이 떨어지고 잠이 많아졌다. 고양이는 원래 많이 잔다는데, 3살이면 아직 활발하게 생활할 때가 아닌가? 하며 요즘 늘 걱정이다. 몸이 안 좋은 건지, 혹시 우울증이 아닌지, 그저 나의 기우인 건지.. 하루종일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건강검진을 한 지 곧 1년이 되어 슬슬 다녀와야겠다 생각하고 미루고 있던 홈캠을 주문했다. 누구는 유난 떤다 하지만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은 백번 공감할 것이다. 고양이는 자신이 아픈 것을 숨긴다는 것을 알고 늘 제리에게 '우리 제리, 아플 땐 꼭 언니한테 말해 줘야 한다?' 하고 이야기했었다. 제리는 자기 나름대로 나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걸 몰라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바라는 가장 좋은 일은 제리와 미우가 내가 없는 낮 시간에 내가 잠을 자는 새벽 시간에 둘이 너무 열심히 놀아 피곤해져 내가 보는 시간에는 주로 자는 것이다. 작년부터 가게를 운영하며 아이들에게 소홀해졌던 부분이 생각이 나고 더 신경 써주지 못 한 부분이 후회가 된다. 걱정은 점점 커져 하루종일 생각이 난다. 제리야, 미우야, 언니가 정말 잘할게, 최선을 다할게, 그러니 아프지만 말자 우리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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