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일인이묘 가정이다. 난 두 여동생을 모시는 집사이며, 2살 치즈냥, 1살 턱시도냥과 함께 살고 있다. 작년에 갑작스레 이묘 가정이 되면서 살림살이도 쑥쑥 늘어가게 되었다. 바쁜 생활을 탓하며 집안 청소나 가구 배치를 미루다 미루다 올해가 되어 조금씩 시작했다. 집의 크기는 그대로인데, 고양이 소품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나의 짐과 내가 쓰는 소품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5월 초엔 커다란 행거를 버리고 고양이 방을 만들었다. 고양이 방이라곤 하지만, 사실 집 전체가 고양이들의 집이다. 이곳저곳 아이들이 지내기 편한 방향으로 맞춰지고 있다. 좋아할진 모르겠지만..
이묘 가정에 화장실은 기본이 3개이다. 화장실 뿐만 아닌 뭐든 고양이 수 +1~2이다. 그래서 우리 집은 현재 화장실이 3개이다. 방의 모서리에 하나씩, 거실에 하나. 화장실도 최소 3-4만 원은 하고 모래는 소모품이기에 꽤 지출이 크다. 매일 바닥에 굴러다니는 모래를 쓸고 닦지만, 그럼에도 밟히는 모래 처리가 가장 곤욕이다. 그냥 슬리퍼를 늘 신기로 했다. 화장실은 크기가 커서 방의 구조도 변경을 해야 했기에, 역시 나의 짐을 가장 먼저 줄이기로 했다. 고양이들을 위한 집 공간을 만들기 위해선 내가 미니멀리스트가 되어야 했다. 물론 고양이들은 맥시멈이 최고다. 안 입는 옷을 정리해 수납장을 하나로 만들어 행거를 버려 화장실을 두고, 안 읽는 책을 중고 서점에 내다 팔고 빈 수납장을 고양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쓴다.
얼마 전 우리 첫째 고양이 제리가 아프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조금만 기다려줘 조금만.. 언젠가 더 좋은 거 많이 사줄게.. 하며 늘 미루고 미루었다. 고양이들을 위한 생활환경이 그렇게 중요하단 것을 알면서도 작은 거 해주는 것보다 나중에 더 비싸고 좋은 거 해줘야지, 하며 미루었다. 그러다 문뜩, 이 아이가 언제까지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공포감에 휩싸였다.(이번은 다행히 약한 위염에 약을 먹고 점점 좋아지는 중이다.) 사랑하는 가족도 나의 전부인 고양이도, 아끼는 물건들도 모두 끝이 있다. 하지만 그 끝으로 가는 길이 짧지는 않았으면 한다. 가능한 오래, 평온하고 행복하게 생을 누렸으면 한다. 내가 이 인간을 간택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우리 고양이가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래서 요즘은 늘 미안하고 늘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아침, 저녁으로 얼굴을 맞대고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
고양이들에겐 집이 세상의 전부이다. 내가 이사를 가지 않으면 이 집에서 쭉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 공간을, 우리 고양이들의 세상을 더 잘 가꾸어 주는 것이 나의 역할인 것이다. 수납장에 다이소에서 산 커튼을 달아 숨숨집으로 만들었다. 처음엔 낯설어하더니 쑥쑥 잘 들어간다. 집사로서 뿌듯함과 기쁨에 마음이 벅차올랐다. 또 무엇을 바꿔줄까, 아직 해주지 않은 것은 뭐가 있나, 생각하는 것이 요즘 나의 일과이다. 좋아하는 우리 고양이들을 위해 아직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이 많다 생각하니 기쁘다. 오래오래 나와 지내주길, 이왕이면 매일이 행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