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나이, 30대다. 대학교 졸업을 하고 바로 취업을 했다. 취업 후 곧 퇴사를 하고 휴식을 가졌다. 그런 일들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30살이 넘어있었다. 딱히 잘 해온 일도 없을뿐더러 즐거웠다고 말하기도 석연찮은 20대를 보냈다. 잘 사는 것, 그것은 큰 쾌락이 아닌 일상의 작은 행복들이 쌓이는 것이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런 작은 행복이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항상 불안하고 걱정이지만 매일을 좋아하는 것으로 행복한 요소들을 채운다면 나의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안에 머물러서 다양한 것들로 나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의 대부분은 예전부터 좋아하고 쭉 해오고 싶었던 것이다. 하고 싶었던 것이지만 항상 해야 하는 것에 밀려 나의 to do list에 빠져있던 것들이다. 대학 시절엔 그렇게 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전공 공부와 시험 준비, 각종 자격증 공부, 이력서에 쓸 만한 활동들을 찾아 하는 것이 1순위였다. 그래서 진정하고 싶었던 것들은 취미라는 이름으로 항상 뒤로 밀려났고, 그래서 아직까지 하고 싶은 채로 남아있다. 미련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당시 꽤 열심히, 나의 소중한 20대의 시간을 쏟으며 했던 것들은 지금 거의 내게 남아있지 않다. 전공과 관련 없는 직업을 선택해 일을 하고 있으며, 열심히 했던 자격증도 전혀 사용하지 못하고, 방학 시간과 아르바이트비를 모조리 쏟아부은 나의 토익 학원과 그 결과물은 노력에 비해 참담한 세 자리 숫자만 남았다. 그 돈으로 배낭여행이라도 갈걸 그랬다, 하며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이미 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봤자 돌아오지 않으니 그 시간들로 뭔가를 배웠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 하고 싶은 것은 그저 지금이라도 하면 된다고, 이제 진짜 미루지 말자고.
난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집에 도착한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균 12시간 정도이다. 퇴근 후 피곤한 몸으로 뭔가를 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은 내겐 무리라고 생각했다. 해가 뜨면 눈을 뜨는 생활이 편한 나는 새벽시간을 내게 사용하기로 했다. 한 시간 정도는 내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쓰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적어도 새벽 5시부터 시작해야 했다.
처음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더 이상 핑계를 대지 않기로 했다. 난 5시에 일어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조금씩 해 나갈 것이다. 진도가 많이 느려도, 잘 되지 않아도 하기로 마음먹었다. 엄청난 성취감과 즐거움이 나의 하루를 뒤덮는 상상을 하며 2023년 하반기에 시도할 것을 적어보았다.
1. 일본어 공부
2. 아침 집 청소
3. 아침 글 쓰기
한 시간 동안 3가지를 하려면 꽤 빠듯한 아침이 된다. 시간 분배를 잘하고 유동성 있게 하지만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매일 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가끔 늦잠을 자는 날도, 다른 해야 하는 일이 생기는 날도, 출근이 평소보다 빠른 날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런 사소하고 어쩔 수 없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슬기로운 아침 생활 만들어 가고자 한다. 언젠가 이 작게 시작한 것들이 어떠한 형태로 만들어진다는 행복한 상상 회로를 굴리며.
2023년 3월, 나의 생일을 보내며 생각했다. 지난 10년 전 생일 이후로 아쉬움이 많이 남은 10년을 보냈고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그저 열심히 살았다는 말보단 앞으로 10년은 잘 사는 10년으로 보내고 싶다고. '내가 좋아하는 나'가 되면 매일이 행복할 것이다. 목표를 향해 하루를 견디는 사람보단 하루를 누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 이제 시작이다. 남은 2023의 하반기,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