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도 괜찮아요, 가지의 힘을 빌려

가지가지 하는 가지

by Nari

편식하는 야채, 호불호가 있는 야채들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 보면 대부분이 비슷한 야채를 입에 담는다. 흔히 오이와 당근을 비롯해 내가 생각하는 대표 편식 야채는 가지이다. 나 역시 가지를 좋아하던 사람은 아니었기에 엄청 공감이 간다. 가지를 싫어하게 된 이유라고 하면, 아무래도 낯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엄마가 해 준 가지 무침을 처음 먹었을 때, 그 물컹한 식감과 이상한 맛. 결코 좋은 첫인상은 아니었고 다시는 가지를 먹지 않겠다 다짐했다.


20대가 되어 음식에 빠지고 다양한 브런치 메뉴에 빠지면서 샌드위치를 열심히 먹으러 다녔다. 그러다 구운 야채 샌드위치를 먹게 되었다. 그 샌드위치엔 구운 가지, 애호박, 파프리카를 넣은 간단한 샌드위치였는데 난 그 샌드위치를 먹고 가지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되었다. 오로지 가지 무침 하나만 먹고 가지를 싫어하던, 가지 이야기만 나오면 절로 으.. 하며 몸서리치던 내가 가지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싫어하던 가지가 좋아지자 가지를 이용한 다양한 음식에도 도전을 하게 되었고, 가지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비로소 나의 식재료 영역이 더 넓어진 것이다.


가지를 길게 세로로 썰거나 가로로 썰어 프라이 팬에 굽는다. 달라붙지 않을 정도로만 기름을 바르고 소금도 솔솔 뿌려 구워낸다. 그릴 팬에 구우면 그릴 자국이 멋스러워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한 김 식힌 다음 발사빅 소스와 올리브 오일, 후추를 넣은 소스에 담가두는데 오래 담가두면 소스가 잘 베어 들기 때문에 난 적어도 하루 전에 미리 만들어 둔다.

통밀 식빵에 치즈와 함께 넣어 따뜻하게 구워 핫 샌드위치로 먹기도 하고 치아바타나 모닝 빵에 그대로 넣어 먹기도 한다. 발사믹 소스의 새콤한 맛이 가지와 어우러져 기가 막히게 맛있다. 애호박, 파프리카, 버섯 등 다른 야채와도 잘 어울리고 고기와도 잘 어울리고 바질 페스토나 올리브 페스토 등 다양한 스프레드와도 잘 어울리며 제일 좋아하는 조합은 치즈와 드라이드 토마토를 넣어 구운 샌드위치다. 이렇게 미리 가지를 구워 소스에 담가 두면 야채 관리가 어려운 여름철에도 야채를 잔뜩 넣은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다.


사람은 한번 실패한 것은 다시 시도하기 어려워한다. 또 실패하기 싫고 이미 뇌에서 거부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실패하고 망하고..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늘 어렵고 싫다. 그럴 땐 이 가지 샌드위치처럼 처음 접근했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보려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것이 옳은 길일 수 있으니.

내가 계속 가지를 먹지 않았다면 이렇게 맛있고 좋은 식재료를 편식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항상 재 도전은 어렵고 고민이 되는 순간이다. 그렇지만 그걸 이겨낸다면 실패를 슬픔을 몇 배 넘어선 성공의 기쁨이 기다릴지도..! 이번엔 괜찮을지도? 하고 시도해 보자! 가지 샌드위치 같은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