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상냥한 음식

위로하는 계란 샌드위치

by Nari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원래 일어나는 시간에 눈이 떠졌지만 몸은 평소보다 무섭고 찌뿌둥했다. 머리가 벙벙해져 이불을 발로 걷어차며 옆으로 드러누워 다시 잠들었다. 30분 정도 잠을 자다 밥 달라는 동생 고양이의 울을 소리에 깨어났다. 으어어억 하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켜 슬리퍼를 질질 끌며 부엌으로 향했다. 전날 준 밥을 깨끗이 먹은 예쁜 고양이에게 오늘의 밥을 주고 다시 앉아 버렸다. 평소보다 늦게 일어난 데다, 고양이 밥 주는 작은 일 하나 하는데 꽤 많은 시간을 썼는데, 출근이 늦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맥이 빠져 몸이 무거웠다. 애써 몸을 일으켜 찬물 세수를 했으나 아침부터 꽤 더워진 초여름 날씨 덕에 찬물 세수도 잠을 깨우진 못했다.


밥 먹고 정신 차리자 싶어 선택한 건 계란이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상냥한 계란. 계란은 어디에나 어울리고 어디에나 넣고 싶은 사이드 메뉴이다. 모든 음식에 부드러움을 추가해 준다. 라면에도 넣고 볶음밥에도 넣고, 난 아무튼 계란을 참 좋아한다. 몇 년 전, 며칠 동안 신경 쓰고 잠을 자지 못했을 때, 계란 국을 먹고 푹 쉬었던 기억이 있다. 아마 계란은 내게 보양식 같은 음식인가 보다. 점심으로 계란 샌드위치를 먹기로 했다. 계란을 볼에 잘 풀어 소금과 우유를 넣는다. 꿀이 있다면 넣어 단짠으로 만드는 것을 추천한다. 빵은 어떤 빵과도 잘 어울리나 내가 좋아하는 계란 샌드위치는 항상 부드러운 빵이다. 오늘은 버터가 들어간 새하얀 식빵에 계란을 두툼하게 익혀 넣었다. 소스는 마요네즈와 와사비를 섞어 만든 와사비마요이다. 빵의 한쪽 면에 잘 바르고 계란을 넣고 잠시 눌러 준 뒤 원하는 모양으로 자르면 완성이다. 따뜻하게 먹으면 일품인 샌드위치기에 바로 먹어야 한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나른해진다. 이 계란 샌드위치는 참 상냥하다. 원하는 야채를 넣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소스를 넣어도 좋다. 난 간을 세게 하지는 않은 것을 좋아해 와사비 향이 은은히 나는 정도가 딱 좋다. 와사비 대신 겨자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겨자와 와사비는 다른 종류의 매움이기에 그때그때 선택해서 먹고 있다. 계란 샌드위치를 만드는 방법도 참 다양한데, 삶은 계란을 으깨서 넣는 아주 대중적인 방법, 이렇게 오믈렛처럼 만들어서 넣는 방법, 그저 계란프라이를 얹어 토스트로 먹는 방법 등 만드는 법은 참 다양하지만 계란 샌드위치가 주는 상냥함과 부드러움, 든든함은 변하지 않는다.


언제 쉬었더라? 생각해 보니 5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쉬었다. 거의 3주 매일 일을 하고 있다. 마지막 쉬는 날도 나름 효도한답시고 엄마와 꽃구경을 갔더니 기분은 좋았으나 몸은 피곤할 뿐이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노트를 펴 오늘의 할 일을 적기 위해 펜을 들었다. 분명 할일이 많았는데 다시 머릿속이 텅 비어졌다. 의자에 기대 주변을 둘러보니 미루고 미루던 집안일들이 보였다. 계절이 바뀌면서 치운 겨울 러그는 아직 둘둘 말려 세탁기 뒤에 놓여 있고 빨아 둔 겨울 이불도 눈에 보이는 곳에 떡하니 자리 잡혀 있었다. 갓생 살겠다며 새벽 5시에 일어나기를 하면서 나를 가꾸는 것에 신경을 쓰며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소홀했다. 오늘은 만든 계란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어 몸속을 든든히 채우고 집으로 돌아와 집 청소를 하고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할 것이다. 다가오는 여름에도 내가 지치지 않고 쭉 이어나갈 수 있게, 파이팅 할 수 있게.



예쁘게 부쳐지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나의 계란 샌드위치


일본 여행에서 먹었던 편의점 계란 샌드위치. 세븐일레븐의 샌드위치가 좀 더 취향이었다.


나의 인생 계란 샌드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