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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Jul 06. 2023

아직은 혼자 먹는 만두와 맥주가 좋아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 S. S는 가끔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이다. 우리는 주로 고양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맛집들을 공유한다. 아직 오래 만난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어려운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도 만나는 횟수가 조금씩 늘어가면서 이야기 주제도 조금씩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방문한 S와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S는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지만 20대가 지나고 나니, 사람과 친해지는데 몇 살 정도의 나이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가게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나이도 궁금해하지도, 중요치 않게 여기게 되었다. 서로 예의만 지킨다면 이야기가 한층 더 편해져 참 좋다.


 이날은 어쩌다 연애와 결혼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였다. S는 한 번의 연애를 꽤 길게 한 타입이었다. 고등학교 때 자신을 짝사랑하던 그와 오랜 연애를 하였고 헤어졌다. 좋았던 점도 후회되는 점도 가득한 연애였다.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도 하고 같이 화도 냈다가 웃기도 했다. 그만큼 연애 이야기는 사람의 감정을 동요시키는 것 같다. 우리는 또 그렇게(20대 초반의)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아, 무리무리' 우리가 내린 답변이었다. 고민이 길지도 않았다. 그 시절의 열정과 순수함은 이제 거의 없는 듯하다.


 30대 초반의 또래들은 연애를 하거나 하지 않거나였으나, 연애를 하는 쪽은 연애가 결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연애를 하지 않는 경우엔 혼자인 기간이 조금 더 길어졌다. 난 언제부터인가 연애에 대해 되게 시큰둥해져서 연애와 결혼은 나와는 별개의 일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고 있다. 그야 당연히 지금 먹고사는 문제가 안정되지 않아 스스로 밥벌이하는 것에 올인하고 있으니 감정 소모가 큰 연애는 생각을 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우리의 이야기는 연애에서 결혼으로 자연스레 흘러갔고, 30대이니만큼 주변에 점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30대의 나이에 연애를 하면 결국 결혼이 하고 싶어 지는 것일까? 연애를 하다가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는 걸까? 한쪽이 결혼을 하자고 하면 없던 결혼 생각이 생기는 것일까? 정말 결혼을 하면 안정감을 느끼게 될까? 하는 여러 의문에 서로 확실치 않은 답변 추리만 이어졌다.


 결혼이 무서워 연애가 어려운 걸까? 사람이 무서워 연애가 어려운 걸까? 취준 생활을 하던 때는 자신이 없었다. 내 주제에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말이 안 되는 일 같았다. 취준 생활은 참 여러모로 사람을 스스로 깎아내리게 만든다. 지금은 전혀 그런 것은 없지만 여전히 연애 거부와 별개로 누군가에게 맞춰가고 함께 하는 것이 싫은 것 같다. 혼자가 편하니, 하며 그저 내 멋대로 사는 것이 좋아서라는 생각도 있고 아직 스스로가 불안하니 오히려 함께일 수 없다는 생각도 있다.


 좋은 결혼 생활이란 뭘까? 좋은 연애의 연장선인 걸까, 뭔가 더 발전이 되어야 하는 것일까. 생각을 하고 정의를 내리려 할수록 연애도, 결혼도, 모든 인간관계가 참 다 어렵게만 느껴진다. 여전히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의 변화에 가끔 마음이 심란해질 때가 있으나, 한동안은 아마도 여전히 변화 없는 모습인 채, 주위의 관계는 변화 없이 살아갈 것 같다. 아직 저녁에 혼자 먹는 만두와 맥주가 기다려지는 것을 보니 외롭긴 멀었나 보다.



외로울 틈도 없다.



스윗한 마이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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