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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Aug 09. 2023

요즘 내가 출근 길에 꼭 들리는  곳

 너, 취미가 뭐야? 하는 질문을 받았다. 취미? 음 예전에는 여행을 좋아했어, 예전에는 베이킹하는 것을 좋아했어, 예전에는 카페 다니는 것을 좋아했어, 예전에는….. 말하다 말을 멈추었다. 죄다 예전 취미들이다. 요즘엔 뭘 하지? 요즘 취미는 뭐지? 조금 당황했다. 분명 하루종일 일만 하지는 않는데, 난 뭘 하며 하루를 보내는가.


곰곰이 생각하다 문뜩 오늘 아침에 먹은 샌드 아이스크림이 생각났다. 약 이 주 전, 아침부터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평소 즐겨 먹지도 않는 빵또아가 생각이 나서 의아하면서 출근길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어갔다. 얇고 부드러운 빵 사이에 쿠앤크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샌드 아이스크림을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수많은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만났다.


빵또아가 한 가지 맛이 아니라 딸기 초코, 레드벨벳, 우유맛 등 여러 가지 맛이 있었다. 더불어 빵또아뿐 아닌 다른 브랜드의 샌드 아이스크림으로 냉장고는 가득 채워져 있었다. 치즈 마루, 초코 마루 등 마루 시리즈의 샌드 아이스크림과 붕어 싸만코와 국화빵 같이 모나카 형태의 얇은 빵의 샌드 아이스크림까지. 평소 즐겨 먹는 영역이 아니어서 몰랐는데 이렇게 많은 맛들이 판매되고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오전이라 그런지 평소 좋아하던 딸기 초코 보단 하얀색의 맛이 먹고 싶었다. 고심 끝에 고른 것은 치즈마루였다. 호두마루, 녹차마루의 바만 먹어 본 나는 반성을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이 좋아하는 음식 탑 5안에 드는 나로서 되게 자존심이 상하고 한편으로 소홀했음에 미안함도 생겼다. 그리고 여기 즐비한 아이스크림을 다 먹겠다며 다짐을 하고 매장을 나왔다.


아이스크림 하나가 뭐라고 출근길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일터로 가는 길엔 오르막길이 있는데 그곳마저 나의 소중한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힘들 줄도 몰랐다. 도착하자마자 냉동실에 넣어 둔 아이스크림은 나의 아점 식사 후의 디저트가 되었다. 예쁘게 잘라 접시에 얹어 맛있게 먹었다. 은은한 치즈의 맛과 시원한 달콤함에 기분이 좋아졌다. 오늘은 벌써 성공적인 하루였다.


‘취미’를 검색했다. 나무위키가 알려주는 취미란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좋아서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을 말한다. 항상 소소한 취미가 즐거운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또 취미에 진지해졌었다. 뭔가 멋진 결과물을 내고 싶고, 남들에게 자랑도 하고 싶고, 이왕이면 깊고 길게 해서 전문성도 키우고 싶었다. 그런데 그건 취미가 아니었나 보다. 즐겁게 하다 보면 깊어질 수는 있지만 과한 욕심과 진지함은 취미를 가꾸기엔 불필요한 것이었던 것 같다.


한동안 아침에 아이스크림 샌드를 사 출근을 했다. 오늘의 기분에 따라 맛을 정하고, 아이스크림을 가방에 품고 출근을 할 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냉동실에 넣어 둔 아이스크림은 나만의 작은 비밀이 되어 아침 내내 입꼬리가 슬슬 올라갔다. 얼마 전, 한 매장의 샌드 아이스크림을 다 먹는 데 성공했고, 꽤 큰 성취감을 느꼈다. 즐거웠다. 이제 옆 골목의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확인하러 갈 시간이다. 이 여름이 가기 전에 찾은 새로운 나의 작은 취미가 난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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