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결코 좋지 않다. 해는 늦게 뜨고 빨리 져 활동 영역이 적고, 피부가 엄청 건조한 편이라 아무리 보습제를 발라도 손과 발이 다 트고 갈라져 피도 나서 연고와 반창고는 늘 필수품이다. 옷을 여러 겹 껴 입고 패딩까지 입고, 장갑과 목도리, 마스크까지 무장을 하고 집 밖으로 나서는 길이 여간 번거롭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좋은 점이 있긴 하다. 12월 겨울의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1월의 새해 분위기는 사람을 조금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한다. 새벽의 공기는 미세먼지가 없어서 깨끗하고 상쾌해 아침에 환기를 시키기 위해 창을 열면 코를 통해 들어오는 찬 공기가 뇌와 폐를 통과하며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붕어빵도 어묵도 맛있고, 새하얀 눈은 세상을 아름답게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나에겐 겨울의 생활이 워낙 견디기 힘들어 겨울이 되면 걱정이 가득 앞선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역시 고양이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알게 된 것은 고양이들은 더위와 추위에 약하다는 것, 겨울이 되면 방바닥의 열선이 있는 곳 혹은 전기장판이 깔려있는 이불속으로 들어온다는 것. 즉, 평소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고양이들과 한 침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여름 내내 대리석판(?) 위에서 내려오지 않던 우리 고양이가 초겨울이 오면 바로 침대 위로 올라온다. 그걸 보면서 난 '아, 이제 겨울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시간이 흘러 이제 침대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아, 겨울이 끝났구나' 하며 봄맞이를 한다. 참으로 정직한 계절 시계라고 할 수 있다.
첫째 고양이는 다리 사이에 이불 위에 자리 잡고, 둘째 고양이는 이불속으로 들어와 나의 오른쪽 옆구리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면 난 침대 옆의 조명을 끄고 가볍게 궁둥이를 토닥여주며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채로 잠이 든다. 잠들 땐 이런 모양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이상하게도 나는 침대의 가장자리에 이불을 반쯤 덮은 채 자고 있고 고양이들은 남은 침대의 가운데에서 잠을 자고 있다. 체구도 작은 애들이 이렇게 자리에 욕심이 많아선, 휴
길고양이 밥을 주며 겨울이 참 지옥이라 생각했다. 추위에 이겨내기 위해 아이들은 털이 빵빵하게 찌우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겨울에 비라도 내리면 더 마음이 아프다. 물이 얼까 봐 뜨거운 물을 부어주고 핫팩을 둬도 오래가지 못해 마음이 안 좋다. 그래도 고양이들은 어쩜 그리 대견한지, 겨울을 잘 이겨낸다. 아마 사람이기에 날씨를 탓하고 계절을 탓하며 내 입맛대로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 옷을 껴입어도 춥다, 춥다 하는 나는 참 나약하다. 그래도 계절의 변화는 어쩔 수 없으니 좋은 것들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채운다. 자주 보는 길 아이들에게 밥을 주며 곧 봄이 오니 힘내자, 으쌰으쌰! 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집고양이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짧은 겨울의 달콤함을 만끽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