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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Aug 25. 2023

종이 접을 수 있나요?

종이 접기

 시작은 작년 여름이었다. 치과를 갔다 나와 근처의 문구사에 노트를 사러 갔다.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은 문구사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제품들을 구경한다. 그 문구사는 오래된 문구사였고 요즘 유행하는 디자인의 문구는 없었지만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가 가득해 기분 좋게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눈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초등학생 시절 종종 샀던 100원짜리 색종이었다. 톰과 제리가 그려진 표지에 양면 색종이 5장이 들어있는 이 색종이. 용돈 500원 시절의 꼬마 때부터 초등학생 저학년까지 이 양면 색종이로 이것저것 종이 접기를 하며 놀았었다. 양면 한 묶음과 그 옆의 단면 색종이도 한 묶음을 사 굉장히 들뜬 마음으로 돌아왔다.


 며칠은 그렇게 가방 속에 있던 색종이를 어느 쉬는 날 카페에 가서 접기 시작했다. 동생과 마주 보고 앉아 폰으로 찾은 색종이 접기를 보며 하나하나 집중해 접으니 옛 생각도 나고 되게 재미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무엇을 해도 집중력이 떨어져 오래 하지 못하고 금방 끝을 냈는데 종이 접기는 꽤 집중을 해서 완성을 해나갔다. 이 작은 종이가 뭐라고 큰 성취감과 희열을 느꼈다.


 올여름이 되어 또 색종이를 접었다. 집 근처의 문구사엔 1000원짜리의 양이 많은 색종이가 있었다. 가게에 두고 틈틈이 접었다. 예전엔 학이나 종이배는 쉽게 접을 수 있었는데 이젠 삼각형을 먼저 접어야 하는지 직사각형을 먼저 접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직 기억하는 건 하트 접기였다. 단골손님이 오면 하트를 접어 드렸다. 읽던 책의 책갈피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피카츄를 좋아하는 손님께 피카츄를 접어 주고, 파란색을 좋아하는 손님께 파란 돌고래를 접어 주었다. 하트로 팔찌를 만들어 어린이 손님의 팔에 채워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소녀에게 고양이를 접어 눈, 코, 입을 그려 주니 좋아했다. 분홍과 노란색 색종이는 어린 소녀 손님을 위해 남겨 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엔 작은 반지를 접는다. 단골손님들이 입고 오는 옷 색에 맞춰 리본 반지를 접어 드린다. 여름이라 그런지 다들 단색의 옷을 많이 입고 와 개인적으론 참 다행이다. 처음엔 접기 어려웠지만 한두 개 접고 나니 속도가 붙어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후딱 접어 드리기도 한다. 다들 아이같이 활짝 웃으며 손가락에 끼운다. 작은 종이로 사람들과 더 촘촘해진 것 같아서 너무 좋다.  (귀여운 리본이다 보니 남성 손님들께 드리기 참 미안하다. 그들도 바라진 않아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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