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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Oct 07. 2023

다투고 난 뒤

 일을 마치고 카페에 왔다. 밤의 카페는 자주 찾는 편이 아니지만, 일이 조금 빨리 끝난 날에 카페에서 자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야, 집에 가면 그저 지친 몸을 쉬게 하는 일만 가능하니깐.

 

 유달리 밤의 분위기가 예쁜 가게여서 오는 길이 설레었다. 단단한 책상과 그 위에 놓인 독서 등이 카페보단 도서관을 연상시켰다. 매일 조금씩 읽고 있던 책을 읽으며 주문한 작은 샌드위치와 따뜻한 호지차라테를 먹었다. 차분한 음악과 분위기에 마음이 촉촉해져 갔다.


 며칠 전엔 친구와 다툼이 있었다. 그저 작은 다툼에서 서로 쌓아둔 서운함이 터졌다. 나는 아마 친구보다 더 크게 터진 듯하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의 단점이라면 좋은 추억이 많은 만큼 서운함과 묘한 불편함도 그만큼 쌓여 있다는 것이다. 이 친구가 너무 좋은 만큼, 내 마음에 안 드는 점은 점점 커져간다. 서운한 마음이 계속 커져서 서로 열심히 손가락으로 싸웠다. 결국 내가 단톡방을 나오고서야 이 다툼은 일시 정지 되었다. 서럽고 허탈하고 짜증도 났다. 마지막 문장을 쓰면서는 눈물도 흘렀다. 서러워서 우는 건지 분해서 우는 건지 조차 모른 채 그날은 마무리되었다.


 그러고는 여전히 바빴다.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귀가 후엔 고양이들을 돌보고, 가을이 되자마자 새벽 기온이 한자리 수가 되어 전기요도 꺼냈다. 조금 이르지만 두꺼운 잠옷을 입고 감기가 걸릴까 조심하고 있다. 20대 땐 친구들이 그저 편하기만 했는데, 30대가 되니 마냥 편하고 좋은 사이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오래된 관계여도 안 맞을 수 있고, 쉽게 끝날 수 있다는 것, 더 조심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친구와 약간의 다툼을 해도 밤새 고민하고, 다음 날 쑥스럽게 사과를 건네던 나이는 지나갔다. 오늘 싸워도 내일은 내일의 할 일을 해야 한다.


 이 관계가 회복을 할지는 잘 모르겠다. 지금으로선 별 다른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중에 후회하려나, 싶지만 지금의 감정대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결국 우리는 남이고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기란 어렵다. 살아가는 동안 친한 사람이라는 울타리는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큰 기대와 실망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이제는 그런 울타리를 만들지 않아보려 한다. 나는 내가 사람에 대한, 관계에 대한 미련과 욕심을 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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