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콤포트 토스트
어느덧 추석이 지나고 완연한 가을이 되었다. 새벽 공기가 차지고, 우리 집 고양이들도 침대 위로 올라온다. 난 그에 맞춰 두툼한 이불을 꺼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담요와 방석을 여기저기 깔아 두었다. 유달리 추위에 약한 나는 어제부터 전기요를 켜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땐 목이 약간 칼칼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약간 으슬으슬한 게 꼭 감기가 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추석 때 너무 무리를 한 탓일까, 아니면 겨울이 오기 전 체력을 키우겠다며 쌀쌀한 저녁에 걷기를 한 탓일까. 의심되는 상황은 많지만 아직 감기가 오지 않았기에 오늘 몸을 조심히 하기로 했다. 머리도 안 아프고 콧물도, 기침도 없으니 아마 오늘부터 조심하면 이 감기는 오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이런 날은 맛있는 거 먹으며 집에서 하루종일 뒹굴 거리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지만, 휴일은 아직 5일을 더 출근을 한 후에야 온다. 침대와 넷플릭스를 보며 보낼 휴일을 그리며, 난 오늘을 잘 보낼 뭔가를 생각해 내었다.
피곤하고 몸이 안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은 실제 나의 몸 상태보다 몸 상태가 더 안 좋게 느끼게끔 한다. 얼른 컨디션을 올려보자, 일을 하자, 퇴근을 하자!
사람에게 가장 간단한 게 기분이 좋아지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역시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마침 오늘은 날이 흐리고, 흐린 날에 유달리 크림 같은 달고 느끼한 음식을 즐긴다. 오늘은 호밀빵을 굽고 그 위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듬뿍 얹어 꿀을 살살 뿌려 사과 콤포트를 얹었다. 마지막에 시나몬 톡톡 뿌려 완성.
사과콤포트는 사과를 와인과 설탕에 넣고 끓여 완성한다. 가을엔 사과와 시나몬의 조합이 가장 조화로운 계절이라 애플시나몬 oo이라는 이름의 디저트를 많이 볼 수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시나몬 같은 향신료의 유혹은 엄청나다. 사과 콤포트는 리코타치즈와도 브리치즈와도 잘 어울리는데 마스카포네 치즈 와의 조합은 얼마 전에 처음 먹어봤다.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 같은 마스카포테 치즈가 상큼 달콤한 애플 콤포트와 엄청나게 궁합이 좋아, 한 입 크게 베어 먹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지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꿀을 뿌리지 않아도 충분히 달콤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달콤함이 필요한 날이니 맘껏 뿌렸다. 흘러내릴까 싶어 한 입 크게 베어 먹으며 걱정과 스트레스도 함께 먹어버렸다.
가장 사랑스러운 음식을 생각한다면, 아마 내겐 잼이나 콩포트를 듬뿍 바른 토스트 일 것이다. 구워낸 빵에 달콤함 한 스푼. 마법 같은 힘이 입 안을 거쳐 뇌로 들어온다. 다 먹고 나면, 나의 몸은 달콤함으로 가득 차게 된다. 살짝 데운 우유와 먹는다면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이 이거면 돼, 하는 생각뿐이다. 나를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사랑스러운 그 맛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