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배추와 참치, 그리고 계란
얼마 전에 산 양배추 반통은 유달리 큰 반통이었다. 몇 번을 먹고도 아직 절반이 남은 양배추를 처리해야 한다. 더불어 얼마 전에 끝난 추석으로 인해 매일 남은 전과 나물을 반찬으로 밥을 먹었더니, 많이 지겨워지던 참이다. 쌀쌀해진 날씨에 오늘은 하늘이 흐리고 기온이 더 떨어졌다. 목이 칼칼해지는 듯 자칫하다간 감기가 올 것 같다. 오늘도 양배추로 따뜻한 샌드위치를 해 먹기로 했다.
오늘은 특별히 참치를 넣었다. 중학생 시설, 종종 가던 작은 샌드위치 가게가 있었다. 남자 사장님 혼자 일 하시던 곳이었다. 가게는 작고 휑했다. 나와 친구는 하굣길에 종종 그곳에서 핫샌드위치를 사 먹었다. 친구는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난 참치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종종 먹었다. (생각해 보니 그 친구는 햄이 들어간 샌드위치를 참 좋아한다.) 참치 외에 여러 가지가 들어있었으나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옥수수가 있었던 듯하고 마요네즈가 들어간 조금 달콤한 참치 샐러드였다. 종이 포장지에 싸주시면 속이 뜨거운 그 샌드위치를 호호 불어가며 친구와 즐겁게 먹었었다.
참치 샌드위치를 먹는데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남아있는 사진도 없을뿐더러 그 가게는 되게 짧은 시간 영업을 하고 금세 문을 닫았다. 추억을 맛을 회상할 순 없지만 참치가 내게 추억의 식재료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추억을 맛을 새롭게 리메이크할 때가 되었다.
양배추를 채 썰어 전자레인지에 익힌다. 한 김 식혀 참치와 함께 수분을 짜 내고, 마요네즈를 넣는다. 피클이나 할라피뇨를 넣어 느끼함을 줄여주면 좋지만 오늘은 없어서 대신 고추냉이를 넣었다. 이대로 빵이나 크래커 위에 얹어도 맛있지만, 오늘은 뭔가 더 풍성한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서 삶은 계란을 통째로 넣기로 했다. 빵을 구워 참치 샐러드를 얹은 후 계란을 통째 얹는다. (그 모습이 꼭 새 둥지 느낌이 나서 귀엽다. ) 빵으로 덮어 꾹 눌러 종이로 싸거나 잘 잘라주면 완성. 계란이 반숙이면 만들기는 어려워도 맛은 배가 될 것 같으니 추천이다.
계란을 통째로 넣어 샌드위치가 되게 높아졌다. 이러면 먹기는 힘들지만, 다 먹었을 때의 포만감을 좋다. 참치와 양배추, 계란은 궁합이 좋으니깐 이 세 가지 재료는 꼭 사용하고 싶다. 흰 양배추 대신 적양배추로 하면 색이 예쁠 것 같고, 다음엔 피클이나 할라피뇨를 꼭 다져 넣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참치 샌드위치는 이제 새로운 레시피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