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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gi Oct 03. 2023

양배추면 충분하지요

양배추와 계란(혹은 감자) 샌드위치

  날이 많이 쌀쌀해졌다. 심지어 오늘은 비도 내린다. 실내 온도는 24도. 여름의 24도와 가을의 24도는 왜 이리 다른지 신기하다. 긴 겉 옷을 꺼내 입고 따뜻한 커피도 내려 마시며 하루를 보낸다. 오늘 아침엔 야채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 추석 전이라 그런지, 요즘 야채 값이 올라서 그런지, 매대에 진열된 야채들을 선뜻 집기 어렵다. 과일도 야채도 모두 비싸져 버렸다.


 그래도 야채는 먹어야지, 하고 고른 것은 나의 친구 양배추였다. 밥도 빵도 모두 잘 어울리는, 양배추! 볶아 먹어도 맛있고 쪄 먹어도 맛있고 샐러드로 만들어도 맛있는 양배추. 커다란 양배추 반 통을 가방에 넣고 마트를 나서는 길은 든든했다. 양배추 반통은 거의 일주일을 먹을 정도의 양이니 말이다.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먹자, 하고 생각했는데 추워진 날씨 덕에 따뜻한 게 먹고 싶었다. 그러나 이것저것 만들 여건이 되지 않았다. 고민을 하다 보니 아, 그냥 샌드위치를 따뜻하게 먹으면 되겠네! 하는 결론을 내렸다. 빵을 굽고 양배추를 익히면 따뜻한 샌드위치가 되니깐 그걸 먹기로 했다.


 양배추는 채 썰어 전자레인지에 익힌다. 그럼 숨이 죽어 양이 줄어든다. 빵을 구우며 양배추와 함께할 재료로 감자와 계란 중에 고민을 했다. 단백질을 위해 계란을 택하고 포크로 크게 으깨어 양배추와 함께 마요네즈, 홀그레인 머스터드, 소금, 후추, 꿀을 넣어 잘 섞는다. 이때 양배추는 물기를 뺀 상태여야 한다. 잘 구워진 빵에 속재료를 얹고 빵 뚜껑을 덮어 꾹 누르면 완성. 치즈가 있다면 넣는 것을 추천, 짭조름한 감칠맛이 추가가 되겠지. 좋아하는 재료가 있다면 뭐든 추가해도 좋은데 과하면 속재료가 터져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양배추의 힘인지 계란의 힘인지 마요네즈의 힘인지, 오늘의 샌드위치는 따뜻하고 포근하며 부드럽고 담백하다. 양배추 계란 샌드위치는 참 상냥한 맛이다. 속재료가 부드러워 그런지 겉이 바삭하게 굽힌 식빵과 더 잘 어울린다. 아주 통통한 소시지도 함께 넣으면 좋을 것 같은데, 물기 뺀 피클도 함께 넣으면 좋겠지, 하고 생각하다 욕심은 금물이라며 다시 마음을 안정시켰다.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다 보면 욕심이 늘어간다.


양배추와 계란 샌드위치


양배추와 감자 샌드위치

계란대신 양배추와 감자.

계란보다 고소함과 느끼함은 줄어들지만 담백하고 포근함은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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