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다 커피를 내린다. 핸드드립 커피를 알게 되고 해 보면서 시작된 나의 작은 커피 생활은 어느덧 매일 하는 일에 포함이 되어 벌써 5년째이다. 사용하는 용품은 처음에 중고로 산 주전자와 저울, 그라인더, 드리퍼가 여전하며, 서버는 깨트리는 바람에 몇 번 새로 샀다. 크게 용품이 변하지 않았기에 나의 홈카페는 5년 동안 크게 변하는 모습이 없다. 요즘 홈카페의 감성과는 전체적으로 거리가 먼 풍경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나도 멋지고 예쁜 공간을 꾸미게 될 거라 생각했지만, 하지 못했다. 나는 이런 변함없는 모습을 지겨워하기보단 안정감을 느끼고, 간소한 것을 좋아한다. 멋진 홈카페는 성격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의 작은 루틴에는 가급적 힘을 빼고 편한 마음으로 대하려고 한다. 그래야 큰 힘이나 용기 없이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도중에 포기 없이 오늘 아침까지 여전히 커피를 내리며 아침을 시작한다.
주로 마시는 음료는 카페 오레로 커피를 진하게 내려 데운 우유에 넣어 마시는데, 나는 우유대신 두유로 만들어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맛도 더 고소하고, 두유 자체가 조금 더 묵직해서 에스프레소 보다 다소 묽은 커피에도 밍밍해지지 않는다. 작년까지는 사계절 내내 카페 오레를 만들어 마셨다. 한 여름에도 뜨거운 카페 오레를 호호 불어가며 마셨는데, 올해는 아이스 드립 커피를 내려 마시기 시작했다. 이유는 첫째, 나는 오레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아침 식사 대신 먹었다. 대접라떼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의 커다란 머그컵에다 마셨다. 그러다 보니 아침부터 마시는 커피 양이 너무 많아서 하루에 섭취하는 카페인 양이 너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낮에도 계속 커피를 마시니 아침에는 줄이는 편이 좋겠다 생각했고, 드립 커피는 아침엔 반 잔 정도만 마셔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드립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둘째, 이번 여름은 너무너무 덥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고양이들 밥을 주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기 시작한다. 절로 차가운 음료를 찾게 된다.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아침부터 더위와의 싸움에서 지기는 싫었다. 이러한 두 가지 이유로 이번 여름엔 아이스 드립 커피를 마시고 있다.
나는 커피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집에선 그렇게 신경 써서 마시지 않는다. 핸드드립이라기 보단 막(내려) 드립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을 정도다. 커피를 처음 배울 땐 맛있는 커피 한 잔을 위해 수많은 규칙이나 방법을 익히려 하였는데, 이제는 아침부터 그렇게 하나하나 신경 써서 마시면 출근 전부터 일 하는 기분이 들어서 싫기도 하고 막 내리는 자유로움에 빠져 있기도 하다. 제약이 많으면 그만큼 흥미가 떨어지기도 하니깐. 내리는 것도 나의 홈카페와 닮은 구석이 있다. 어찌 내리던 나의 커피는 꽤 좋은 향을 내고 나의 잠을 깨워주고 하루를 시작하게 해 주는 커피임은 틀림없다.
커피를 내려 의자에 앉아 잠시 멍을 때린다. 아침 7시. 유튜브로 음악을 튼다. 귀로는 음악을 듣고, 입으로는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내 몸속을 흘러 곳곳까지 퍼져 나갈 수 있게 잠시 가만히 있는다. 이까지가 내가 아침에 꼭 행하는 루틴이다. 이 루틴으로 나는 오늘을 또 시작하는 것이다. 오늘도 차분히 하루를 시작함에 감사를, 잘해보자며 스스로 격려한다. 이 시간은 오롯이 나에게 주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곤 남은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공부를 잠시 끄적이다 오늘 할 일을 정리한다. 오늘도 그저 잘 지낼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