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기 전, 집 고양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갖는다. 혼자 사는 집의 적막한 분위기에선 흥이 안 나서 늘 유튜브나 넷플릭스로 뭔가를 틀어놓고 놀아준다. 이날도 자연스럽게 넷플릭스를 켰는데, 화면에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이 메인에 떴다. 예전에 이 애니메이션을 보려다 보지 못했던 기억이 나서 이참에 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나오니 일단 재미 보장이다.
이 영화 역시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가득 나온다. 고양이를 비롯해 여름의 배경, 작은 마을, 자전거 타는 장면, 멋진 도서관과 책이 가득 채워진 집, 보물 그 자체인 골동품 가게, 글을 쓰고 타자를 치고 커피를 내리는 장면 등 8월의 여름에 보기에 매우 설렘이 가득한 영화임이 틀림없다. 그중에서도 꿈 속인가? 하며 생각했던, 시즈쿠가 탄 전철에서 고양이를 만나고 나란히 앉아 가는 모습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아, 나도 언젠가 고양이와 저런 여행을..!
이 짧은 영화에선 시즈쿠의 꿈과 첫사랑,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주되지만,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잘 짜여있어 주인공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모두가 각자의 길을 열심히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다. 시즈쿠의 엄마는 좋아하는 공부를 계속하는 모습을, 언니는 이제 자취를 하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이 짧게 나온다. 시즈쿠는 책을 좋아하는 소녀로 시즈쿠의 아버지는 도서관에서 일을 한다. 집에 책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아버지가 책을 좋아하기에 시즈쿠에게 영향이 간 것이리라.
시즈쿠가 결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것은 세이지의 영향이 크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을 존경하고, 자신도 나란히 나아가기로 결정한 모습은 정말 대견하고 멋졌다. 그저 부러워하는 자리에만 남아 있지 않는 용기로 내면이 가득 찬 시즈쿠다. 세이지가 자전거에 시즈쿠를 태우고 경사가 높은 언덕을 오르는 장면에서 세이지는 널 태우고 올라갈 거야!라고 하지만 오히려 시즈쿠는 자전거에서 내려 뒤를 밀어주는 것을 택한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을 뒤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옆에서 걷고자 하는 마음은 참 멋지다.
시즈쿠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때, 골동품 가게의 할아버지는 이야기한다. 시즈쿠와 세이지 모두 다듬어지지 않는 원석이라고, 앞으로 갈고닦으면 된다고. 그 말은 중학생인 시즈쿠뿐만 아니라 30대의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당장 급하게 불안해할 필요 없다, 우리는 갈고닦으면 될 테니깐.
순수하게 무슨 일을 할까 생각하던 10대 시절이 나에게도 있었다. 그땐 그 나름대로 자신이 없고 불안하면서도 호기심과 설렘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이 세상이 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순수하게 뭔가를 좋아하기가 참 어렵다(세상물정 모른다는 소리도 꽤 들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없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가끔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그냥 내 마음속 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며 그냥 그렇게 나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나는 나를 응원하자!
이 영화는 30대가 봐도 참 좋은 영화!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가득하니 꼭 보길 추천합니다.
시즈쿠도 세이지도 골동품 가게 할아버지도 등장인물 모두를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