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내 생에 첫 유럽여행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유럽여행은 지난 2018년에 다녀온 스페인과 포르투갈이다. 워홀을 하던 동생이 워홀이 끝날 무렵에 제안한 유럽여행은 마음속에 큰 양분이 되어 난 무럭무럭 자랐다. 아마 그것은 일단 뭔가를 했다는 것, 그것이 여행이라는 것, 그리고 그곳이 늘 꿈꾸던 유럽이라는 것이었을 거다. 뭔가 바라는 것은 바라는 대로 끝나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그것을 시도하고 이루는 순간 마음속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나무가 되어 내가 열매 맺는 것을 돕는다. 나의 첫 여행은 남들의 여행 후기에 비해 보잘것없지만 나를 더 잘 알게 하고 내가 더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나는 믿는다.
동생의 제안으로 스페인으로 여행을 정했다. 스페인에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저 유럽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어디는 가고 싶었던 순간이었다. 스페인 여행에 대해 열심히 찾다가 사람들이 포르투갈로 가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여행에 포르투갈도 넣었다. 잘 모르는 나라지만 그 당시의 나는 마음이 붕 떠 있어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당시 나는 그전 연도에 퇴사를 하고 몇 달을 우울하게 시간을 허비했었다. 주변 환경에 대한 스트레스와 그럴수록 낮아지는 자존감이 나를 괴롭혔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다 겨우 맘을 잡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작은 가게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다. 다양한 사람도 만나고 꽤 재미있게 일을 하며 지냈는데 8개월쯤 하다 보니 조금씩 이게 맞나? 하는 의문과 삶에 변화를 주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따분한 삶이지만 모두가 이런 생활을 한다고 다독여봤지만 노잼시기라 하는 그 시간은 잘 지나가지 않았다. 그때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가능한 기간은 겨우 약 2주, 비행기 왕복을 빼면 고작 11-12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다. 가는 김에 한 달!이라는 생각에 늘 미루어오던 유럽 여행이었고 긴 기간을 바랄수록 점점 여행은 현실이 아닌 꿈이 되어갔다. 2주 정도면 편안히 잘 다녀올 수 있은 비용이 있었고 현실적으로 2주 정도 일을 뺄 수 있었기에 나에겐 적당한 기간이었다. 동생과 비행기 표를 따로 구매했다. 난 한국에서 동생은 캐나다에서 출발한다. 우리는 따로 출발해 우리의 첫 여행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숙소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선택한 항공은 에어프랑스로 인천에서 프랑스 파리, 파리에서 스페인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인천 공항도 처음이고 장거리 비행도 처음이었다. 두근거림 보단 무서움이 컸다. 경유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인터넷으로 열심히 찾아보았다. 싸야 하는 짐과 여행지 정보보다 신경 쓰이는 것이 경유를 못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비행기도 잘 타고 기내식도 잘 먹고, 경유도 잘 마쳤다. 첫 장거리 비행은 정말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영화도 보고 책도 보려 했지만 기내는 이상하게 잠이 쏟아졌다. 난 가만히 있지만 어쨌든 하늘을 날고 있으니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며 정말 푹 자고 일어나니 파리에 도착했다. 2-3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고 역시나 무서워서 공항을 구경하는 여유는 부리지 못했다. 파리에서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비행기는 굉장히 작았다. 아마 저가항공이라 그랬을 것이다. 좁은 내부에 기내에 넣은 가방 때문에 다리를 조금도 펼 수 없는 상태에 왼쪽엔 거대한 체구의 남성 승객이, 오른쪽엔 호기심 많고 질문 많은 여성 승객이 앉았다. 처음 인천-파리행 비행보다 이쪽이 더 힘들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하루를 거쳐 도착한 바르셀로나 공항이었다. 참 많은 사람들과 엄청 커다랗고 많은 전광판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부랴부랴 숙소로 가는 지하철(인지 잘 모르겠다)을 구글 지도로 검색해 탔다. 기억나는 것은 그 지하철의 내부가 굉장히 차갑다는 것.(조명은 흔들리고 내부는 회색이었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 지상으로 나왔을 땐 벽돌로 만들어진 여러 건물들, 주황 가로등, 테라스가 있는 카페들이 나를 반겼다.
'아, 유럽이다.'
두 번의 기내식
기억이 안 났는데 난 리틀포레스트를 보며 파리로 향했나 보다.
하이트와인의 영어 발음이 괜히 쑥스러워 잘 못했다.
에어프랑스는 기내 간식으로 메로나를 준다.
기내는 좁아 팔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도 밥은 맛있었다.
기내식부터가 여행의 시작이라는 말에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