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검사를 하면서 '암일 가능성 90% 이상' 이야기를 받고 나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당장 치료받을 병원부터 알아봐야 했다.
앞이 캄캄한 그 순간,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빅 5 상급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교회에서 만난 친한 언니였다. 결혼과 육아에 치여 자주 연락하지는 못했지만 내 인생의 개그우먼 같은 언니.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생각만 해도 청소년 시절로 나를 데려다주는 그리고 웃음을 머금게 하는 언니.
염치를 무릅쓰고 언니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며 유방외과 예약을 부탁했다. 언니는 흔쾌히 응해주었다. 특유의 유쾌한 방식으로 나를 다독이며 최대한 빨리 알아보겠다는 말을 남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 빠른 날짜로 어렵게 예약을 잡았다는 연락을 주었다.
얼떨결에 예약이 잡히고 나니 고마움도 잠시, 덜컥 걱정이 밀려왔다.
'어떤 의사 선생님이 좋을지 미리 알아보고 부탁할걸.'
이 막막하고 긴 싸움을 단순히 의술에만 의지해 버텨 내려니 막막했다. 내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 정서적인 교감까지 나눌 수 있는 같은 신앙을 가진 선생님이기를 간절히 바랐다.
하지만 어렵게 잡아준 예약을 이제 와서 바꾸는 건 민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좋은 분이겠거니'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진료일만 기다릴 뿐이었다.
진료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함은 커져만 갔다. 결국 나는 병원 홈페이지를 열어 의료진 소개란을 확인했다. 다른 선생님들의 소개란은 빼곡한 이력과 전문 분야가 나열되어 있거나, 혹은 아예 공란이었다.
그리고 스크롤을 한참 내려가다 드디어 내 주치의가 될 OOO 선생님의 이름을 찾았다. 그분의 소개란에는 짧은 한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뜨거운 무언가가 왈칵 올라왔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고린도전서 13장 13절)"
순간 깨달았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과정에 이미 나와 함께하고 계셨구나. 나를 위해 가장 따뜻한 위로와 선한 계획을 미리 준비해 두셨구나.
요동치던 불안한 마음이 그제야 잔잔하게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