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암 당일
항암 전날, 꽤나 잘 잔 편이었다.
불면도 없었다.
밤사이 하얀 눈이 내려, 운치 있는 아침을 맞이했다.
요리조리 피하고 싶었던 항암을 마주하러 가는 길은 생각보다 평안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약속하셨던 것이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길이 미끄러워 막힐 수도 있다는 걱정 섞인 이야기들에 평소보다 조금 일찍 준비했다.
하지만 가는 길은 뽀송뽀송하게 잘 다듬어져 있었고,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했다.
예약제로 운영되는 항암주사실은 긴 대기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덜 딱딱한 분위기였고, 주변에는 이미 주사를 맞고 있는 분들이 여럿 보였다.
마치 그냥 수액을 맞으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전날 밤, 유튜브에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천국을 체험하고 돌아온 선교사님의 간증을 보며
‘예수 보혈’을 외치며 주사를 맞아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리고 실제로 주사가 시작되자, 마음속으로 또 입 밖으로 그 말을 되뇌었다.
항암제가 들어가기 전, 부작용 방지제와 수액, 여러 약들이 차례로 들어갔다.
‘생각보다 덜 긴장되네.’
스스로를 다독이며 시간을 보냈고, 약 때문인지 오히려 나른함마저 느껴졌다.
약 두 시간 사십 분 정도의 주사 투여가 끝났고,
몽롱한 느낌 말고는 큰 이상 반응 없이 병원 밖으로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했다.
주사를 맞는 도중부터 부작용 반응이 나타나는 분들도 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반응 없이 무사히 마친 것만으로도
나는 오늘, 충분히 잘 해낸 것이었다고 마음속으로 나를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