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항암 전날
그렇게 두렵고, 가능하다면 끝내 피하고만 싶었던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자 희한하게도 두려움 대신 평안이 자리 잡았다.
1차 항암치료를 하루 앞두고 부작용 대비 교육, 영양 교육, 자가 주사 교육까지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차분히 나열되었다.
교육을 받던 중, 항암치료 과정에서 조기 폐경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서 최소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이어질 호르몬 치료로 인해 앞으로는 더 이상 2세를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덧붙여졌다. 처음 듣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하듯 듣는 그 순간, 끝내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초진 때 교수님은 이미 난자 채취에 대한 안내를 해주셨고, 산부인과 진료까지 연결해 주셨었다.
그리고 나는 결국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했다.
무슨 확신에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모든 난관을 지나 자연임신이 될 것만 같은 작은 희망이 마음 한편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오늘, 그 이야기를 다시 마주한 순간 그것이 마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는 일처럼 느껴져 마음이 이상하게 흔들렸다.
윤우라는 귀한 선물을 하나님의 가장 완벽한 때에 받았듯, 또 다른 선물도 분명 있을 거라 믿어왔다. 그 믿음의 유효기간이 끝난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분명한 장애물 앞에 서니 그 믿음마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요동쳤다.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터져 나왔고,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선생님은 말없이 휴지를 건네주셨다.
서러움이 한차례 마음을 덮쳤지만, 나는 다시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구십이 훌쩍 넘고 이미 생리가 끊겼던 사라에게 이삭을 선물하셨듯,
나에게도 기적을 허락해 주시지 않을까.
그 생각이 마음속에서 쉽게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결과가 아닌 믿음을 선택한 채 하루를 건너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