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게 있어서 다행이야.

1차 항암 후 7일차

by 조아름

맑고 칼칼한 국물에 콩나물이 아삭아삭 씹히는 양수리에 있는 콩나물국밥.

수술 후 입원해 있던 때에도 문득문득 떠올랐고 항암을 시작하고 나서는 며칠 전부터 다시 생각나기 시작했다.



임신 때 흔히 겪는 입덧만큼은 아니었지만 입안이 껄껄하고 속이 살짝 울렁거리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맑은 국물이나 시원한 동치미 같은 음식이 유난히 당겼다.



예전에 한방병원에 있을 때, 1차 항암치료를 마치고 들어오신 어머님이 떠오른다. 속 울렁거림으로 꽤 힘들어하시던 그분이, 어느 날 갑자기 시원한 동치미 한 그릇이나 맑은 콩나물국밥 한 술이 간절히 먹고 싶다고 하셨다. 그때는 다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그 마음이 선명하게 공감되었다.



아침밥을 해 먹고 남편과 함께 “오늘 양수리 그 콩나물국밥집 가볼까?” 하고 이야기하던 참이었다. 그때 카톡이 울렸다.



우리를 처음 그 콩나물국밥집으로 데려가 준 언니의 메시지였다.

“지난주 시작한 항암은 괜찮니? 잘 이겨내고 있지? 콩나물국밥 먹으러 와~”



어머 우리 대화를 들은 건가 싶을 만큼 놀라웠다.



오늘이다.
콩나물국밥 먹으러 양수리로 가기 딱 좋은 날.



집에 계시던 아빠와 아가까지 데리고 차에 올랐다. 날은 추웠지만 햇살만큼은 따뜻했다. 밖으로 나오니 그 자체로도 참 좋았다.



콩나물국밥집이 브레이크 타임이라, 잠시 기다릴 겸 근처 카페로 향했다. 그런데 카페에 내리자마자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두통이 급격히 밀려왔다. 너무 힘들어서 앉아 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잠시 차로 돌아와 혹시 몰라 챙겨온 진통제를 먹고, 차 안에서 잠깐 누워 쉬었다. 다행히 조금씩 괜찮아졌다.

아, 항암 후 일주일쯤이 고비라더니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다행히 컨디션을 회복해 콩나물국밥을 맛있게 먹었고 몸도 다시 제자리를 찾아왔다. 이 와중에도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는 게 어디냐며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언니의 남편분은 6년 전 대장암 3기로 항암치료를 열 차례 겪어내신 분이다.

오늘 그분이 건네준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항암치료를 산책하듯 임하세요." 무겁고 두려운 마음은 내려놓은 채 치료도 받고 일상도 편안히 누리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말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산책하듯 항암치료를 이어가며 일상 속에서 내 눈에 담기는 아름답고 감사한 것들을 하나씩 기록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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