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소확행

by moonrightsea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서울 외곽의 으슥한 변두리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고 뭔가 넓은 공간에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었다. 다 똑같이 생긴 트럭에 승용차에.... 무섭게 이런 곳에는 왜 나를 데려온 건지 도통 아무 말 않는 그가 조금 무섭기도 했다. 후우... 이야기를 듣기는 했고 뭐라 말도 해야 하지만 이렇게 된 마당에 상황을 물어보기도 더 이상 뭘 궁금해하지도 않은 그에게 내가 뭐라 먼저 말을 할 수도 없었다.




" 저 오빠. 여기는 왜 왔어요?"

그는 갑자기 내 방향으로 몸을 쭉 빼더니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리고는 서서히 다 가오... 는... 나는 순간 움찔하며 눈을 감았다. 두 주먹을 허벅지 위에 올려둔 채 그렇게 파르르 떨며.

" 너 뭐 하냐?"


연우의 말에 눈을 뜨자 그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내게 책자와 종이를 건넸다.

" 찾아보니 여기가 그나마 깔끔하고 규모도 있어. 시험도 자주 있고. 왠지 맡겨만 두만 안 할 거 같아서 등록해 놨으니 내일부터 저녁 알바 그만두고 여기 다녀. "


그렇게 말하며 그가 내 무릎 위 올려 둔 건 운전면허 학원책자였다. 운전면허 습득과정과 안내가 담긴 얇은 책자. 그 아래 문제집. 그리고 전단지 위에 시험 날짜에는 붉은 펜으로 동그라미가 쳐져 있었다.

"응? 이 이건 왜요?"


그러자 그가 한 손을 내 좌석 뒤편에 두고 한 손은 대시보드에 올려두고 그렇게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며 점점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그가 준 책자를 입 가까이 스스륵 올리며

" 아니 알겠는데... 운전면허 따라는 건... 이걸 왜 오빠가 해줬냐고요.."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몸을 돌려 운전석을 잡고는 그렇게 운전대를 치며 다시 혼자 껄껄껄 웃어댔다.

" 아 왜 난 몰랐지? 완전 애긴데."


그렇게 말하며 다시 나를 한번 돌아봤다.

" 묻잖아요. 왜 오빠가 학원등록을 했냐고."




" 진짜 몰라서 물어?"

그의 저돌적인 질문에 되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연신 그렇게 또 껄껄껄 웃었다.


" 나 바쁜 사람이라고 했지? 너 때문에 요새 내가 얼마나 더 바빴는지 알아?"

" 아.. 그 부분은 저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오빠. 미안해요...."


" 그럼 알면 어떻게 보상할 건데?"

" 그 그건... 음... 그러니까."


말은 그렇게 얼버무렸지만 딱히 대안은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가 무얼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한참을 요리조리 머리를 굴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가락을 두드리며 고민을 해봐도 도통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 네가 생각해도 답이 없지? 그렇지?"


" 음... 소.. 원권?"


" 크핫. 그런 걸 쓰기에는 내가 너무 억울해서 말이야. 후암."


그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 자 봐. 학원 등록도 내 돈 들여. 너 걱정돼서 밤마다 너네 집 앞에서 보초 서. 너 우리 집 몰래 숨어들어. 애는 수시로 사라져. 답이 뭐겠냐?"


" 응? 음... 그게 공통점이 전혀 없는데요? 힌트에?"

내 말에 그는 어이 없는 표정으로 한숨을 길게 쉬었다.

" 휴우... 너 최대한 빨리 면허증 따. 그리고 너 나한테 운전교습받고 내가 전화하면 재깍재깍 나 태우러 오고. 알았어?"


" 네? 제가 오빠를 왜요? 택시도 있는데?"

그는 나를 다시 아주 재미있는 것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 너 내 대리기사해야지. 야간 알바 그만두려면. "

" 아항."




나는 정말 단순하게 생각했다. 근데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닌데.

' 내가 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저녁 간간히 하는 고깃집 알바를 합치면 얼추 주 3회 오빠차의 대리운전비와 비슷하나? 아닌데 내가 더 많이 벌텐데? 할증이 붙나? 택시비보다는 내게 주는 대리비가 더 비쌀 텐데. 그리고 오빠는 술도 평소는 안 먹는데? 아니면 내가 수행기사인가? 그러기에는 숙소에서 있는 시간이 더 많을 텐데? 뭐지?'


" 근데요. 오빠. 잘 계산해 보면 제가 저녁 알바를 그만두면 더 손해인 거 같은데?"

" 면허 딸 동안 그만두는 거잖아. 아예 안 하려고?"


" 아 그럼 뭐. 할만하죠. 헤헤. "

" 대학원 다니기 전까지니까 낼부터 바로 와야 해. 하루도 빠짐없이. 알았지?"


꼭 머릿속에 물음표가 동동 떠 있는 것만 같다. 온통 머릿속에 물음표. 물음표. 물음.... 표!


그렇게 나는 운전면허 학원에 강제 등록되어 초 스피드로 필기시험을 합격하고 바로 도로주행까지 완료했다. 당시 운전면허증은 속성반이 있어서 운전면허를 따는 데까지 채 3주 정도 시간이면 충분이 가능했다. 문제는 시내주행과 일반주행인데... 일반주행은 학원에서 했지만 시내주행을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복잡한 서울시내를 어찌 운전을 하고 다닌다는 말인가. 하물며 차도 없는데.


학원에서 돌아오며 어찌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연우의 차가 보였다. 안 그래도 내가 보이자 그는 차에서 내렸고 그런 연우를 보며 나는 대뜸.


" 오빠 책임져요. "

" 책... 책임? 무슨 책임을 나한테 또 지라는 거야? 너 또 사고 쳤냐?"




그런 연우에게 다가가 나는 아잉하고 한번 애교를 부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듯 운전석에 탔다. 그러자 그가 놀라 운전석 문을 벌컥 열더니 내게

" 야 너 이거 얼마나 위험한 일인 줄 알기나 해? 어서 내려."


" 아니 오빠가 학원등록하는 바람에 운전면허증은 따기는 했는데... 어떻게 차를 몰아요. 주행도 안 해보고."

" 아 내려. "


그는 나를 운전석에서 기어이 끄집어냈다. 그리고는 내 팔을 붙잡고 조수석에 앉혔다.

" 타 봐. "


그러더니 차를 몰아 시외곽으로 갔다. 판교였다. 도로도 제법 잘 정비되고 길도 넓고 밤이라 그런지 차도 많이 없어 한가진 곳. 그곳에서도 한참 몇 번을 돌더니 학교 운동장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 면허증은 있고?"

나는 씩 웃으며 가방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 자 여기서부터는 네가 운전해서 집까지 가는 거다. "


" 네?"


" 뭘 놀라. 면허증 있음 그 정도는 해야지."




집에 도착하자 장장 3시간이 걸렸다. 그것도 오다가 도저히 안돼서 결국에는


" 이대로 집은 포기해야겠다. 모텔이라도 가야겠는데?"

" 오빠! 무서워 죽겠는데 말 시키지 마요! 농담도 하지 마! 귀에 안 들려!"


그렇게 해서 길가에 세우고 연우가 차를 몰아 집까지 온 결과였다.

불과 판교는 벗어났었나. 기억도 없다.

온몸에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사시나무 떨듯이 떨어가며 우리 차뒤에서 빵빵 거리다 급기야 옆에 붙어서 손가락 욕을 하는 인간을 절대 바라보지 않고 그렇게 바닥에 적힌 글만 보고 달렸고 그나마 2차선으로만 갔는데도 그것도 안되서 결국 3차선으로 갔는데도 말이다. 결국에는 갓길로 비상등을 켜고 정차시키고서야 내 미친 숨이, 멎을 것만 같던 숨이 후아.. 하고 내쉬어졌다.


그렇게 눚은 밤이나 연우가 근무가 비는 날이면 차를 몰아 판교를 드나들었고 어느새 길이 익숙해져서 서울로 오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 들어 새 학기가 시작된 때는 동네 구석구석을 나름 저속운행으로 잘 다니게 되었다.


"음. 나름 보람이 있네. 이런 것도."

" 그럼 저 인제 대리기사에요?"


" 응. 자 여기 키. 키는 가지고 다니지 말고 집에 잘 숨겨둬. 이제 부르면 제깍제깍 달려와. 알았지?"


히야. 차 키를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마치 나만의 라이센스를 얻은 기분이랄까. 물론 내 차는 아니지만 연우의 허락도 받아야 하지만 '유사시에 자주 이용해 주겠어. '라고 마음을 먹고 공식적인 주행연습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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