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안 되는

거부할 수 없는 것들

by moonrightsea

해안가를 따라 길게 뻗었던 길은 터널을 지나자 금세 바닷가에서 멀어지며 산을 끼고 다시 좁게 이어지며 원전 곁을 지난다고 네비에서 안내가 흘러나왔다.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에 이끌려 차를 몰아 네비에서 안내하는 대로 길을 따라 천천히 가다 보니 어느새 왕복 4차선 좁은 국도길이 나왔고 주변은 산아래 들판이 이어지다 민가가 이어지는 시골 풍경.


어느 틈엔가 이어지던 민가가 사라지고 건물 보다 한참 큰 커다란 킹콩 조형물이 나오는 카페를 지나 신호를 받고 섰는데


" 여기서 좌회전해."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녀가 안내하는 대로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좁은 시골 동네로 진입했다. 제법 곧게 뻗어 보이는 길 끝으로 향하자 어느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 길 끝에 카페가 보였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보자 왼편으로 솔밭이 제법 울창하게 형성되어 그 아래 캠핑장이 만들어져 있었고 주말이라 그런지 제법 사람들이 가족들과 자리를 잡고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바다를 낀 도로 맞은편에는 층층이 계단을 이룬 방파제가 제법 깔끔하게 정비되어 해안가를 길게 연결하며 띄엄띄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고 그 아래로 펼쳐진 자갈밭에는 돗자리를 편 사람, 텐트를 친 사람, 낚시를 하는 사람 등 주말이라 그런지 추운 겨울인데도 제법 사람들이 보였다.

차에서 있을 때는 몰랐는데 내리고 보니 내가 있던 강릉에 비해 이곳은 제법 바람도 따스했다.


" 들어갈까? 추워 보이는데"




내게 준 목도리를 목에 감아주며 바라보니 그녀는 먼바다를 바라보며 우수에 젖은 눈빛을 하고는 아주 멀리를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그녀의 팔을 이끌어 우리는 바로 앞에 보이는 하얀 건물의 그 카페로 들어가 맛있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트리플 치즈 식빵과 그 집의 시그니쳐 커피를 시켜서는 2층으로 향했다.

그리고 창가 바다가 바라보이는 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 호 불어 가며 커피를 들이켰다.

어느새 그녀는 스르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는 두 손으로 커피를 움켜쥐고 그렇게 앉아 알 수 없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나지막이.


" 오늘 여행 소감은 어때?"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물었을 때 그녀는


" 이런 걸 여행이라고 하는구나?"

그렇게 말하며 동그랗게 눈을 뜨며 커피잔을 입에 물었고 커피잔에 올려 있던 그 하얀 거품이 그녀의 입가에 묻어 너무나 사랑스러워 보였다. 내가 그녀의 커피잔을 살며시 내려놓으며 얼굴을 마주 보고는 입술을 가져다 댔다.

" 달콤해. 여행. "

그녀는 내게 그렇게 말하며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나는 당황하며

" 음 여기서 이러기는 좀..."


그러자 그녀가 훗 하고 웃더니 손을 살며시 들어 올리려 했고 그런 그녀의 손을 내가 재빠르게 한 손으로 움켜쥐고는 그녀에게 강렬히 키스를 했다. 그 순간 주변에서 와....

" 어머~~"


나도 모르게 놀라 당황하며 힐끗 주변을 보자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우리를 바라보다 나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재빨리 그녀를 내려다봤지만 그녀는 행복한 눈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내 입술에 입을 맞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을 감고 그 순간을 음미했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

두꺼운 외투 속 느껴지는 그 가녀린 어깨너머로 그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통에서 몸부림쳐 왔을까. 이 작은 몸으로 얼마나 많은 생의 업보를 감당해 온 것일까. 그런 그녀에 대한 마음은 너무나 안타깝고 애절하기에 나는 그녀를 더 강하게 끌어안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었다.


" 그만 나가자."




키스를 끝내고 내 어깨에 기대어 한참을 더 바다를 바라보던 그녀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다시 차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도로 방향으로 손을 뻣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자 해안가를 따라 방파제 담벼락에 불빛이 들어와 있었고 그 벽에는 조명이 색색이 이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초승달이 차 올라 보름달이 되어 다시 초승달이 되고 그 곁에는 갈매기가 날아들고 또 그 곁에는 돌고래와 고래 떼가 조명을 색색이 품은 채 그렇게 어두워진 거리를 예쁘게 수놓고 있었다.


그녀와 손을 잡고 길을 따라 걷자 왼편으로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길게 이어진 길 끝으로 툭 튀어나온 방파제 위에 붉은 등대가 서 있었다. 그녀와 함께 그곳으로 가자 방파제를 끼고 낚시꾼들은 낚시를 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녀는 한번 쓱 그들이 잡아 둔 물고기가 담긴 주머니를 보더니 웃으며 윙크를 하고는 다시 내 팔짱을 끼었고 그런 그녀의 손을 한번 쓱 문지르고 다시 움켜쥐고는 내 주머니로 찔러 넣고 다시 차로 향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아 멀리 보이던 숙소로 향했다.


체크인을 하고 제일 위에 층으로 안내를 받고 들어서자 어둑해진 바다가 통창을 가득 채운 객실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가까이서 바다를 보다니.

살아오며 여행이라고는 다닌 적이 없던 터라 나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한참을 멍하니 창을 바라보고 서 있었고 그녀는 객실 여기저기를 오가며 혼자 신이 나 있었다. 그녀의 반응으로는 그녀도 마찬가지인가?


문득 올라오며 봤던 레스토랑이 기억이나 그녀의 손을 잡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와인을 시켜 제법 거아하게 차려진 뷔페를 즐기고는 호텔 내 펍을 이용하지 않고 1층 편의점으로 가서 맥주 2캔을 사서는 도로 건너 바닷가로 향했다.

몽돌이 예쁘게 내려앉은 바닷가. 다락다락 소리가 나는 그 바닷가 길은 발길을 옮길 때마다 돌이 부딪히며 부산스레 소리를 내었고 몇 번을 발길을 휘젓던 그녀는 이내 신발을 벗고 맨발을 드러낸 채 그 몽돌을 밟으며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 앗 차가워!"

한겨울 한기가 느껴지는 그 바닷물을 한번 들어 내게 던진 그녀는 그렇게 환하게 웃으며 손짓을 했고 그런 그녀가 너무 예뻐 넋을 놓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이가 덜덜 떨리는 맥주.

이 추운 겨울. 이 맥주가 이렇게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이리도 달고 맛있게 느껴지는 건 뭘까.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았던 나인데 술이 이토록 맛있는 것인지 오늘에야 알게 되었다.


내가 맥주를 한 모금 하고 캬아 ~ 하고 소리를 내자 이내 그녀가 달려와 맥주를 따서는 내게 '짠'하고 부딪히며 반은 바닥에 흘리며 신이 나 한 모금 들이키며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 다시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웃으며 호텔로 달려갔다. 그런 그녀를 뒤따라 도로를 건너 호텔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한 손에 맥주 캔을 든 그녀가 살며시 내 목에 캔을 들고 팔을 걸고는 그렇게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바라봤고 나는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마지막층의 문이 열릴 때쯤에는 키스를 하며 벽을 더듬으며 방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웃으며 방을 찾아들어 손에 쥔 맥주 캔을 내려놓고 그녀의 외투를 벗기고 내 외투를 벗고 그녀에게 입을 맞추고 남방을 벗고 다시 그녀의 원피스를 벗기고 바지를 벗고 그녀의 속옷을 벗기고는 내 속옷을 벗고 그녀를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

키스를 하며 눈을 감고 내게 몸을 맡겼던 그녀가 눈을 뜨고 거울을 보다 깜짝 놀라 나를 밀쳤다.

나는 순간 당황해서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의 시선은 내 온몸에 난 칼에 베인 듯한 상처로 향해 있었다.


떨리는 그녀의 손길.

" 이거... 내가 그런 거지?"


" 아냐. 아무것도 아냐."

나는 애써 외면하려 들며 그녀를 끌어안으려 했지만 그녀는 이내 욕조가에 걸터앉아 가만히 바닥을 내려 보다 욕조의 물을 받더니 다시 일어나 가방에서 담배를 가져와 꺼내 피기 시작했다.

" 휴우~"




" 난 괜찮아. 당신만 곁에 있다면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냐. 하나도 아프지 않아. "

그래도 그녀는 긴장이 되는지 여전히 나를 외면한 채 올라가는 담배연기만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천천히 발길을 돌려 냉장고옆 와인바에서 와인을 꺼내 와인잔에 채운 뒤 그녀에게 건네고는 욕조에 거품을 풀고 몸을 담갔다.


따스하게 차올라오는 온기.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한기. 따스히 감싸오는 그 온수의 따스함은 온몸의 긴장을 한방에 누그러 뜨린다.


" 하아~ 좋네. 들어와 봐. 마음이 한결 가뿐해져. 어서."

나는 팔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이끌었고 그녀는 와인잔을 옮겨 잡은 뒤 담뱃불을 끄고 천천히 발끝을 들어 욕조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내 몸 위로 스르르 미끄러지듯 올라와 내 어깨와 목에 머리를 기댄 채 누웠다.


" 당신. 내가 두렵지 않아?"

그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나는 와인을 한 모금 하고 옆에 내려 두고는 거품이 묻은 팔을 들어 그녀의 가녀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 이렇게 사랑스럽고 곁에만 있어도 이렇게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뭐가 두렵다는 거지? 훗."

그러자 그녀는 애기처럼 내 배 위에서 옆으로 누우며 내 가슴 품으로 얼굴을 파묻는다. 그리고 내 한쪽 가슴을 손으로 쓱 쓸어내렸다.


" 난 사실 두려워. 내가 당신을 헤칠까 봐. 그게 너무 두렵고 또 화가 나."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반짝이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보는 내 마음은 어느새 미칠 듯 일렁이고 있었다.

" 당신은 내 것이고 내가 지킬 거니 그런 마음은 애초에 먹지 마. 당신이 나를 해한다는 생각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말이니까 말이야. "

품에 안긴 그녀를 꼭 끌어 앉자 그녀는 자세를 돌려 내 위에서 나를 올려다보며 누어서는 팔꿈치로 턱을 괴고 바라본다.

" 음 이렇게 보니 되게 멋지고 든든하고 잘 생겨 보이는데? 음? 엇 코털도 보인다?"


" 응? 뭐라고? 코털?"

" 응!"

나는 그녀의 말에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 고개를 들어 거울을 봤고 그녀의 말대로 삐죽 튀어나온 코털이 보였다.

' 아 쪽팔리게 하필 그 순간에...'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녀는 까르르 거리며 물로 한번 휙 헹구더니 샤워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달려 나갔다. 나도 서둘러 거품을 한번 헹구고 샤워가운을 걸친 채 밖으로 달려 나오다 다시 들어가 와인 잔을 챙겨 들었다.

와인 병도.


'피식'

고개를 돌려 어이없게 한 손에 와인잔 두 개와 와인병을 들고 선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녀와 멋지게 창가에 앉아 분위기 좋게 룸서비스를 시켜 디저트를 먹으며 이 밤을 즐겁게 보낼 생각을 하니 또 잘 한 선택인 것도 같고...


혼자 그렇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으로 천천히 발길을 옮겨 화장실 밖으로 나와 보니 그녀는 어느새 거실 끝 창가 테이블 곁 의자 위에 다리를 올리고 팔로 움켜쥔 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는 나는 방긋 웃으며 천천히 발길을 옮기는데 그녀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 올수록 그녀의 표정을 보면 볼수록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뭘까? 그녀의 저 표정. 저 알 수 없는 저 표정.


불안하고 뭔가 긴장되고 매우 심각해 보이는 저 표정. 어디서 봤더라... 그 순간.


" 다가오지 마! 위험해."


그녀는 내게 소리쳤고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그 찰나 같은 순간.

그녀의 몸이 슬로 모션으로 불안하게 흔들리며 깜박거리는 것을.


나는 미쳐 뭐라 말도 꺼내기 전에 내 몸이 본능적으로 손에 든 잔과 와인 병을 집어던지며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그렇게 그녀의 세상으로 빨려 들었다.


나는 정신을 잃었다.




" 덜컹덜컹"

" 제발 제발... 흑흑 정신 차려. 이러지 말라고. 흑흑"


그녀의 희미한 울음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고 눈을 뜨자 나는 차 앞 좌석 바닥 구석에 널브러져 있었다. 놀라서 자리에 앉아 보니 이곳은 대형 트레일러 안.

'뭐지?'

불길한 마음에 정신을 차리려 애를 썼다. 구토가 쏠려 나도 모르게

" 우웩~우웩"

머리가 터질 듯 아파오고 눈의 초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미친 듯 현기증이 나며 시선을 고정할 수도 없을 만큼 온몸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차는 이리저리 흔들렸고 속은 매스껍고 곁에서 그녀는 미친 듯 울부짖는데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 우웅~우웅~~"


도통 알 수 없는 이 소리가 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 정신 차려야 해. 정신!'

나는 제대로 통제도 되지 않는 내 몸을 이기려 기어이 차 대시보드를 한 손으로 잡고 한 손으로 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 철썩! 철썩!"


그 순간 웬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대로 나 혼자 죽을 수 없어. 내가 어떻게 이날 이때껏 저들을 위해 충성하며 버텨왔는데!

" 흑흑"

" 헌신짝 버리듯 그냥 기계부품 마냥 나를 소모품 취급하고 아프다고 뭐? 퇴사? 이제껏 아파도 제대로 연차 한번 마음껏 못쓰고! 흑흑! 회사가 바쁘다는 핑계로.."

" 내가! "

" 이제껏 어찌 살았는데! 이제와 산재도 안된다고! 왜 안되냐고! 난 산재인데 왜 안되냐고! 이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그 잘난 회사 따위! 망해서 사라져야 한다고! 그래야 나 같은 사람이 더 안 나오지! 내가 왜!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왜!!"





미친 듯 울부짖으며 차를 몰아가는 남자의 시선을 보고 앞을 보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원기둥 모양의 커다란 정유시설. 난 순간 그 희고 커단 그 큰 건물을 보고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이대로 채 30m도 남지 않은 거리를 이 속도로 돌진하는 이 순간 여기서 생이 마감되는구나. 채 그녀와 이별도 못하겠구나.


" 미친 새끼야. 죽으려면 너나 죽으라고! 이게 너 하나만 죽고 저 회사 망한다고 끝나는 문제야! 어리석은 인간 같으니! "

순간. 그녀는 미친 듯 화를 내며 온몸이 불길에 휩싸였고 그를 잡고 있던 그녀의 팔을 타고 그의 몸도 불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놀라 그녀의 팔을 덥석 잡자 그제야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깜짝 놀라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미친 듯 눈물을 흘렸다.


" 다 당신이 왜... 왜 여기에..!"

" 안... 돼! 제... 발!"


내 손을 잡은 그녀의 손길은 어느새 연기가 나고 불길이 사라졌고 그의 손을 잡았던 그녀의 불길도 사그라들었다. 그녀는 있는 힘껏 핸들을 꺾었지만 순간.


"펑"




" 똑똑"

" 네?"


그녀의 목소리에 눈을 뜨자, 방안이었다. 그녀는 빼꼼 고개를 내민 채 지배인과 이야기 중이었다.


" 손님 죄송합니다. 화재 경보가 울려서요. 점검을 해야 하는데 잠시 들어가도 될까요?"

" 후우~ 미안해요. 제가 담배를 피워서 그런가 봐요."


" 아 죄송합니다. 여기는 실내 전구역 금연이라서요. 객실에서 담배는 삼가 주셔야 합니다."

" 미안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어요. "

" 손님. 다음부터는 조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 아아~~ 악"

그녀를 보며 일어나려고 침대를 집으려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고개를 돌려 내 손을 바라보자 그녀를 잡았던 손바닥에 물집이 잡혀 있었고 손 등과 손목까지 화상을 입어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 옷은 샤워가운 그대로에 온몸은 연기가 나고 있었다.


그런 내 소리에 놀라 그녀가 달려와 보더니

" 허어..."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물고는 냉장고로 가서 얼음을 꺼내 수건으로 싸서 내 팔에 가져다 댔다.


" 미쳤어?"




온통 물집 투성인 내 손바닥에 얼음을 올려놓고 담배를 물고 있는 그녀를 보고 나는 한 손으로 담배를 뺏어서는 그녀의 머리를 당겨 키스를 했다. 그리고 등을 어루만지며 덜덜 떨었다.


"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살아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 다행이다."


내가 눈물을 보이며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나를 밀치며 노려봤다. 하지만 그녀의 두 눈에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 내가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않고 등을 돌려 TV를 켰다.


그리고 냉정한 말투로

" 봐. 이게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이었는지. 똑똑히 보라고."


그녀가 튼 TV 속에는 뉴스가 속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 오늘 밤 11시 38분 울산광역시 온산공단에서 차량 추돌로 의심되는 폭파 사고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


뉴스에서는 조금 전 우리가 겪었던 사고가 나오고 있었고 자막에서는 이 사고로 대형 석유저장고 1기가 소실되고 소방인력이 급파되고 진화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인근 주민들이 유독가스와 폭파 위험으로 대피 중이라는 안내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


" 허어. 저만 하니 다행이다. "

내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그녀가 매섭게 나를 노려봤다.


" 도대체 그 인간을 어쩔 참이었어?"

내가 그녀에게 묻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 못 막으면 죽였어야지. 태워서라도."

내가 어이없어하며 그녀를 바라봤다.




" 그렇다고 그 속도로 달려가는 차를 막을 수도 없었잖아. "

" 어차피 그 인간은 더 많은 목숨을 태워 먹으려고 했어. "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를 바라봤다.

" 그럼 당신이 그 많은 목숨을 구한 거잖아. 그럼 그걸로 된 거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화를 내는 거야?"


" 그럼 뭐 하냐고. 너를 이지경으로 만들었는데. 너를 거기로 내가 데려갔는데... 난 네가 거기 온 줄도 몰랐는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서럽게.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를 살며시 안아 침대로 앉히고는 말했다.


" 자. 봐. 잘 보라고. 나 여기 있어. 당신 곁에. 온전히 있다고. 그리고 잘 봐. 당신이 나를 위험하게 한 게 아니라 당신이 나를 구한 거야. 이 손 당신이 나를 구하기 위해 이렇게 한 거라고. 내가 당신을 구한 거라니까. 그 자리에 당신을 구하기 위해 난 당신을 따라간 거고. 당신이 사라지기 전에 난 당신을 구하겠다고 간절히 마음먹었어. 그래서 그 자리 간 거야. 내 간절함이 전해 진거야. 그래서 당신과 지금 이곳에 있는 거라고."


내가 이렇게 말하며 그녀의 고개를 들자 그녀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흔들리던 동공은 어느새 진정을 되찾고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리고 연신 불안하게 흔들린다.


" 그렇게 불안해할 필요 없어. 이제는. "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받친 채 그녀에게 부드럽게 키스했다.

" 이제 당신을 지킬 수 있는 법을 조금 안 거 같으니까. 후훗."


그러자 그녀가 내 허리를 감싸며 내 가슴팍으로 밀려 들어왔다.

" 나 정말 사라지고 싶지 않아. 너와 함께 있을 때는. 정말 당신 곁에 있고 싶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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