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oonrightsea Jul 30. 2023
실기실 가운데는 둥근 탁자가 놓여 있었고 이젤이 그 중심을 둘러싸고 놓여있었다.
곧 문이 열리자, 흰 폴라티에 긴 갈색의 생머리를 늘어뜨린 서울 말투를 쓰는 중년의 교수님이 들어오셨다. 선명하고 붉은 선홍립스틱. 높은 하이힐. 흰 폴라티사이 볼륨감이 느껴지는 가슴이 두드러져 보이는 브이넥 체크 조끼. 날씬한 다리가 잘 어울리는 A라인 검은 스커트. 포인트로 입은 허리 절개 라인이 잘 빠진 체크무늬 정장 재킷.
" 여러분들은 이제 성인이 되었습니다. 성인으로써 사회에 그리고 대학에 입학하여 첫걸음을 내디딘 것을 환영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부터 여러분 수업을 맡게 될 이애령교수입니다. 이번 학기 수업은 기초대생으로 첫 시간은 수업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소개... 그리고 다음 시간부터는 인체 누드화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상 질문? 음. 거기 차인표 닮은 복학생?"
" 저희 첫 시간인데 시간도 2시간 남았는데 '무원' 안 가시나요?"
" 다음 질문? 거기 까치머리 복학생?"
" 저희 1시간 55분 남았는데 '무원'은 언제 갑니까?"
" 흠. 수업할까요?"
나는 순간 선배들이 도대체 가려고 하는 저 무원이 어딘지 갑자기 급 궁금해졌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었다.
" 다음 질문? 거기 노란 단발머리 여학생?"
" 무원이 어딘가요? 뭐 하는 곳이죠?"
" 흠. 정답은 가봐야 알겠죠? "
그러더니 갑자기 교수는 실기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모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고 운동화로 갈아 신은 교수님이 고개를 내밀더니,
" 따라오세요. "
그렇게 말하며 실을 나섰다.
그렇게 우리는 교수님을 따라 학교 뒤편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어느새 숨이 턱턱 막히기 시작할 무렵 미처 숲에 가려 보이지 않던 비닐하우스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미 비닐하우스에는 양은 상에 막걸리에 파전, 칼국수를 잔뜩 시킨 손님들이 가득했고 그 주위로 아름드리 소나무 아래 평상으로도 자리가 이어져 있었다. 그 옆으로는 계곡이 흐르고 아래로는 학교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우와"
" 갓 들어온 애들이 그런 정보는 어떻게 알고 와요?"
교수님이 평상에 앉으며 물었으셨다.
" 우리 형이 알려줬어요. "
" 몇 학번?"
" 안됩니다. "
" 풉."
" 이번 학번은 운이 좋네요. 한동안은 여기 안 왔었는데. 오늘 이 자리는 저기 저 여학생 덕분이니 그렇게 알아요. 나도 모처럼 옛날 생각나서 그런 거니 자 다들 칼국수 시키고 테이블당 막걸리 1병, 파전 1개, 여기까지만 내가 계산하겠어요. 나머지는 알아서들 하고. "
" 와 짝짝짝"
학생들은 박수를 치며 교수님과 나를 번갈아 보았다. 나중에 수업을 들으며 개인적으로 친분이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교수님께서 20년 전 처음 이곳에 입학하셨을 때 한 질문이 바로 내가 오늘 한 질문이었다고 했다. 교수님의 심정이 그랬다고 했다. 꼭 오늘의 내 마음과 같이. 저것들이 미쳤나. 도대체 수업 첫날부터 어딜 가자고 저 지랄이야. 거기가 도대체 어딘데?
그렇게 첫 전공수업으로 오전이 훌쩍 지나고 학식을 먹을 필요도 없이 두 다리를 움켜잡고 따스한 햇살을 바라보며 눈을 감고 조각공원 난간에 걸터앉아 있자,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해장은?"
눈을 떠보니 영석이었다. 오늘은 혼자였다.
" 오늘은 똘마니 안 보이네요. "
" 아 방돌이?"
" 그게 뭐예요?"
" 아 나 자취방 같이 쓰는 룸메이트. 야 근데 너 진짜 대학생활 자체를 모르는구나. "
" 아 관심이 없어서."
" 그래서 밥은 먹은 거야?"
" 머 아침 겸 점심 겸 10시에 도원에서 먹었어요. "
" 가자. 해장하러."
" 또요?"
" 너 말고 나 해장하러."
눈이 부셔서 한 손으로 햇빛을 가린 채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런 내 손을 잡고는 일으켜 세워 어디론가 데려갔고 그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공대 간이식당이었다.
메뉴는 단일메뉴 해장국밥.' 애들은 정식 밥이라고는 안 먹고 다니나. 맨날 술만 먹나'.라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칠 때,
" 학교밥 처음 먹지? 특히 공대는? 그럴 줄 알고 내가 데려왔지. 공대는 공대 본부에 따로 정식 식당이 있는데 거기는 메뉴가 다양한데 여기는 단 두 가지밖에 없어. 라면 아니면 해장국밥. 간단하게 먹기 좋고 늦게까지 하고. 술먹거나 작업하고 먹기 딱이지. 알아두면 좋아. "
그렇게 말하며 식권을 건넸다. 나는 얼결에 식권을 받아 들었다.
" 먹을 거지?"
"..."
그렇게 식판에 국밥을 받아 들고 얼결에 이끌려 나와 마주 보고 앉았는데 마치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먹는 영석과 달리 나는 개작되고 있었다. 그러자, 내 국밥을 한 숟가락 크게 덜어 자신의 그릇에 올려놓더니,
" 뭘 이런 걸 다 양보하고. 잘 먹을게. "
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자,
" 뭐. 이제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 그렇죠. 괜히 없는 돈 보태서 밥먹이는 건 아닐 테고. 어제부터 왜 저한테 이러시죠?"
" 음. 어제도 내가 말한 거 같은데 기억 안 나?"
" 네. "
" 정말?"
" 네. 하. 나. 도. 요."
" 그래? 그럼 다시 말해줄게. 넌 성은을 입을 거야. 내게 간택된 거지. 엄밀히 말하면 나의 수행기사라고 보면 돼."
" 누구 마음대로요?"
" 음 그건 학회장 재량이니까. "
" 학생회가 이렇게 막 사람 납치하고 막 함부로 강요해서 학생회 가입시키고 해도 돼요?"
" 아니 말했잖아. 그러니까 딱 6개월만 나 따라다니면서 학생회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보고 그러고 판단하라고. "
" 싫은데요? 솔직히 지금의 학생회는 민주화 항쟁의 시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제대로 노동자를 위한 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생들의 권익과 복지를 위한 활동이나 투쟁을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 아니 그러니까 니 말대로 그런 지 안그런지 니가 어떻게 아냐고. 너 고작 학교 온지 2일 되어놓고 우리가 몇십년 동안 활동해온 일을 기껏 논술 준비용 신문사설 몇개 읽어 본걸로 너무 폄훼하잖아. 니 말이 맞는지 아닌지 경험해봐야 아는거 아냐?"
" 선배 말에는 모순이 많아요. 사실과 근거에 입각해서 논리적으로 말해주시면 제가 이해하고 고민해 보겠는데..."
" 이미소. 네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모르지만 네가 한 고집 한 생각 하는 거 알겠어. 근데 세상은 말야. 니가 보고 듣고 느낀게 전부는 아니거든? 니가 보고 듣고 느낀 그 이상으로 더 느끼고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 "
숫가락을 내려 놓으며 영석은 일어섰다. 우리의 논쟁에 순간 몇 안되던 공대식당 안에 사람들이 일제히 바라봤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 알았어요. 선배 말대로 학생회 활동 해볼게요. 대신에 그냥 학생회 일원으로 활동 할게요. 임원이 아니라. 말그대로 수행으로만요. "
" 예쓰. 땡큐. 아니 잘 생각했어. 가자. "
그는 능글맞게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식당 문을 나서는 데
" 미소야? 밥먹고 가는 길이야?"
낯 익은 목소리에 바라보니 경윤이었다. 같은과 동기 여러명과 같이 식사를 하러 온 모양이었다. 약간 일그러진 표정으로 선배를 보더니,
" 누구셔?"
" 아 있어. 우리과 학생회장님."
" 안녕하세요. 천문학과 김경윤입니다. "
" 아 안녕. 미소랑 동기인가보네. 친한가봐?"
" 아 고등학교 친구에요. "
내가 이렇게 말하자, 영석은 위아래 슥 훑어 보더니 경윤을 향해 손을 흔들며,
" 아... 담에 또 봐."
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고는 다시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가 뿌리치면 뿌리치는 대로 자석처럼 다시 손을 올렸다. 머 이런 인간이 다 있지?
그렇게 영석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학생회실은 미대 1층 제일 구석 출입구에 위치해 있었고 학생들의 왕래가 거의 없는 구석진 곳에 작은 창고처럼 보이는 곳을 개조한 곳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앞머리를 단정히 잘라 드라이로 말아 올린 홍보를 담당하는 미술과 3학년 지헤선배, 머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띄게 크지만 생각보다 순한 눈매를 가지고 서울 말투를 쓰는 기획 담당 디자인과 3학년 학우선배, 까치머리에 돋보기 처럼 두꺼운 뿔테안경을 끼고 키가 크고 덧니가 인상적인 미술과 3학년 해우 선배. 이렇게 모여서 열심히 회의 중이었다.
" 인사해. 새로 들어온 올해 신입이야."
" 와 드디어 신입생이 들어왔네. 귀한 몸이야. 환영해. "
" 어서와 신입생 반가워"
선배들은 보기와 다르게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학생회는 국가적 경제난으로 강경학생회와 온건학생회로 분리되는 상황이었고 특히 올해 신입생의 경우 사회적 영향으로 온건학생회가 아닌 곳에서는 신입생을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미술대 단대는 특히나 개인적이고 개성이 강한 성향이 많아서 학생회 활동 자체가 원활하지 못했고 그래서 1학년 신입생 지원자가 없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모른 나는 얼결에 영석의 손에 이끌려 학생회에 들게 되었고 들고 나서야 그것도 이자리에 와서 지혜선배의 말을 듣고서야 왜 신입생이 나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다.
" 그래서 한동안 미소는 내가 데리고 다닐테니 다들 미소한테는 괜한 관심 꺼. 알았지?"
내가 지 소유물인줄 아나.가는 곳마다 아주 난리다. 그렇게 그는 내가 공강이 생길 때마다 기다려 학교 단대마다 나를 데리고 다니며 신입생이라고 자랑을 했고 나는 기억도 하지 못할 숱한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했다. 어느새 나는 지쳐있었다.
" 음료수 마실래?"
"아뇨. 그것보다 저 이제 가봐야해요. 아르바이트."
" 뭐? 이제 시작인데? 어딜가?"
" 저 아르바이트 가요. 월화수"
" 무슨 아르바이트"
" 미술학원강사요. "
" 너 이제 학교온 지 2일 되었는데? 벌써 입시강사야?"
" 형편 때문에 그렇게 되었어요. "
" 이럼 곤란한데?"
" 왜요? 음. 일단 알았어. 대신에 너 목,금은 다른 약속 절대 안돼. 알았지?"
" 네?"
" 학생회 활동해야할 거 아냐. "
" 헐 그렇게나 시간을 뺏어요?"
" 니가 알아간다며?"
" 제가 언제요?"
" 알았어. 부담 안줄게. 대신에 내가 전화하면 제깍제깍 달려와. 알았지?"
" 네. "
" 여보세요?"
" 어이 미소. 학생회실 텨와."
" 헉헉 무슨 일이에요?"
" 일단 여기 앉아봐. 자 잘 들어봐. "
내가 급하게 학생회실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는 반갑게 달려와 안으려 두 팔을 벌렸고 내가 그 사이를 스윽 빠져 나가려 들자 그런 내 어깨를 잡고는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맞은편 쇼파에 양 다리를 벌린 채 앉은 뒤 옆에 세워둔 기타를 들고는 다짜고짜 간주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왠 걸 거기에 한 술 더 떠서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무엇인가 가슴 절절하게 우러 나오는 노래 가사. 쿵하니 심금을 울리는 노랫말이 가슴에 와닿아 나도 모르게 곡에 맞춰 몸을 흔들 흔들 거리자, 그는 흥이 난듯 기타의 리듬을 더 강하게 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클라이막스로 막 가려고 할때,
" 미소야? 여기 있었네?"
나를 부르는 다정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문주가 나와 눈이 마주치고는 냉큼 들어왔다.
" 한참을 찾았잖아. 안녕하세요. 영석선배 잘 지내셨어요?"
양볼이 붉어진 문주는 내 곁에 찰짝 달라붙 듯 앉아서는 눈인사만 하고 연이어 노래를 부르는 영석선배를 향해 턱을 괴고는 앉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 거렸다. 막 노래를 마친 선배가 김이 샌 마냥,
" 왔어? 왠일이야?"
" 아 미소가 안보여서요."
" 아 둘이 친해졌나보네?"
" 그럼요. 누구 부탁인데요. 안그래?"
이렇게 말하며 문주는 다정스레 내 팔짱을 끼었다.
나는 조금 어색한 이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지만 원래 문주가 살가운 사람이려니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러자 멈췄던 기타 반주가 다시 반복되었다. 같은 노래였다.
그러면서 영석 선배가
" 자 미소야. 이 부분이야. 잘 따라 불러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나는 그가 시키는 대로 그가 부르는 곡을 따라 불렀고 한참을 더 그가 시키는 대로 아무 생각없이 노래를 끝까지 불렀다. 그러자, 그가 곧 기타를 내려놓더니, 내게 손을 번쩍 들어 하이파이브를 하라는 듯 눈을 반짝여 보였다.
"?"
"하이파이브 응? 몰라?"
얼결에 하이파이브를 하자, 그는
" 예쓰 역시 내 안목이 틀리지 않았어."
" 뭐에요? 우리 머 한거에요?"
" 아 우리가 내일 부를 곡?"
" 네?"
" 내일 미술과 신입생 환영회잖아. 거기서 같이 듀엣으로 부를 거야. 학생회 홍보용으로. "
" 헐. 선배 그런 건 미리 귀뜸 좀 해주던가 아님 설명 좀 해주시면 안되요?"
" 우와 재밌겠다. "
옆에서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문주가 손벽을 치며 말하자,
" 너도 할래? 학생회?"
" 음 전 오빠가 싫어해서 안되요. 아시면서."
" 아무래도 경수가 반대하겠지?"
" 아님 제가 설득해 볼까요?"
선배는 그렇게 말하는 문주를 보며, 이내 무심한 듯,
" 아냐. 넌 안하는게 좋겠어. "
" 미소야. 너는 지금 수업 없어? 이제 곧 수업인데?"
" 나? 난 이 다음 시간부터 풀로 수업이야. "
" 왜? 수업을 그렇게 짰어?"
" 나? 난 그냥 수업 다 연달아서 듣는데?"
" 수업 그럼 늦으면 어떻게 하려고?"
" 그거야 동선 다 고려해서 짰지. 학교 지도 보고. 너 수업 안늦어?"
" 아 맞다. 나 갈게. "
내게 뚱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던 문주가 돌아보며, 영석에게 환한 표정으로 웃으며,
" 나중에 봐요 선배."
라고 말하며 다정스레 손을 흔들고는 사라졌다.
" 선배 문주랑 친해요?"
" 아니?"
" 근데 왜 문주한테 저를 부탁했어요?"
" 나? 너랑 친하니까?"
" 언제 봤다고?"
내가 약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자, 이내 그가 내 목에 헤드락을 걸며,
" 이 자식이 하늘 같은 선배한테 어디 앵기냐 앵기길."
이렇게 말하며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댔다. 그런 그의 팔을 풀며 나는 화를 냈다.
" 아 이러지 마요. 친한 사이도 아닌데."
" 어디서 앙탈이야. 이자식이"
그럴수록 영석은 더 심하게 목을 조르며 얼굴을 부비적 댔다. 와 이 진상 어떻게 하지? 뭐 부터 가르치지?
나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정색을 하며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는
" 선배 여기 앉아봐요."
" 너 왜그래? 갑자기."
" 선배 강아지 아니죠?"
" 응? 뭐라고?"
" 왜 이렇게 사람한테 치대요. 치대길. "
" 뭐. 어때? 친하고 편하다는 표시인데."
" 알죠? 이런 행동 잘못하면 오해살 수도 있어요. "
그는 끙끙 소리를 내며 다시 내게 팔을 들어 다가오려 들었고 그런 그에게 나는 손을 들어 손바닥을 보였다. 그러자, 그는 토라진 흉내를 내며 옆으로 앉았다.
" 선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저한테는 이러심 곤란해요. 저 여기 안와요. 그러니 조심해주세요. "
" 아 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로 다가와 앉았고 나는 두팔로 팔짱을 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 야아. 화났어? 에이. 이 자식이 "
또 다시 웃으며 내게 헤드락을 걸며 머리를 헝크러 트렸고 그 순간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가 당황한 나머지 따라서 벌떡 일어났다.
" 나 안할래. "
" 아 미안. 내가 잘못했어. "
" 진짜죠? "
" 그래. 알았어. 진정하고 일단 좀 앉아봐. "
나는 자리에 앉으며 팔짱을 끼고 그에게 고개를 저어 맞은 편 자리로 가라고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는 냉큼 맞은 편 자리로 향했다.
" 첫째, 아무데서나 어깨동무 금지, 헤드락 금지, 내 머리카락 털기 금지. 내 팔짱 끼지 않기."
" 아니 뭐 결백증도 아니고 조선시대도 아니고 뭘 그리..."
" 둘째, 시도 때도 없이 연락 금지. 용무가 있을 때는 육하원칙에 의거하여 분명한 이유와 근거를 남겨 부를 것. "
" 셋째, 학생회 외에 일로 연락 금지"
" 아니 사람이 살다 보면 꼭 학생회 일이 아니라도 개인적인 일이 급하게 생길 수도 있고...."
" 넷째, 명확하게 학생회 활동 내용, 수칙을 개념화하여 알려주기. 지킬 수 있죠?"
" 아니 그게 ..."
" 어려운거 아니잖아요. 당연한 건데. 그냥 아는 친구도 아니고 학생을 대표하는 학생회고 무엇보다 그 자리를 대표하는학회장인데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잖아요. 선배. 안그래요?"
" 그렇지. 암. "
그는 갑자기 자세를 고쳐 앉아서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 전 선배가 잘 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선배가 모법을 보이면 다른 신입들도 곧 들어오겠죠. 그쵸?"
" 그렇지. "
" 달리진 모습 기대할게요. "
" 알았어. "
그날 밤, 민중 노래 가사와 항쟁의 그림이 그려져 있던 학생회 벽면에 크게 학생회 회칙과 학생회장 개인 수업 표가 붙었고 학생회 공지사항과 학생 건의 사항을 추가로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