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베니스에서 1박한 호텔은 자칭 4성급이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 숙박비가 상식 이하로 저렴했습니다. 문제는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맞았다는 것. 지금까지 유럽 여행 중 최악의 숙소였습니다.
독일은 조금 다르군요. 역시 밤 침대기차 타고 IBIS 호텔에 아침 8시 도착했는데, 고맙게도 예약된 방의 키를 선뜻 줍니다. 밤새 뒤척인 몸을 하얀 침대보 위에 잠시 누입니다. 퍼뜩 잠이 깨니 어느덧 2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도시에 오면 슈바빙 거리를 꼭 한 번 가리라 생각했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사춘기 시절에 읽은 전혜린의 에세이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문이었지요. 커다란 가로수 뻗어있는 예술과 낭만의 거리 슈바빙...은 왠말. 자동차 씽씽 달리는 그저 넓고 평범한 거리에 불과헸습니다.
하마나 하마나 <슈바빙>이 나올까 족히 1킬로는 걸었는데 (슈바빙 중심지) 레오폴드 거리에는 음식점과 의류 매장 몇개 외에는 달리 볼 게 없네요. 그렇겠지요. 에세이집이 나온지 반세기가 넘었는데 뮌헨이 그때의 뮌헨일 수 없고 슈바빙이 그때의 슈바빙일 수 없겠지요.
월남국수 한 그릇으로 허기를 떼우고 낮에 갔던 마리엔 광장을 다시 가 봅니다. 밤 10 시가 가까운 시각. 신시청 앞 광장에는 아직도 인파가 끊이지 않습니다. 카를광장 쪽으로 내려오는 대로 변에는, 문은 닫았지만 불은 환히 켜놓은 대형 의류매장들이 많습니다.
안쪽으로 오목하게 설계된 출입구는 사람이 없어도 환한 조명 덕에 절묘한 가설 무대가 됩니다. 빌리진을 구성지게 부르는 남자 가수도 있고 이름모를 샹송을 부르는 여자 가수도 있습니다. 거리의 예술가들이 자기 노래 담은 CD를 팔고 기부동전을 받는 거지요.
대여섯은 넘는 공연자 중에서 가장 눈에 띄고 관중들이 많이 모인 팀이 있습니다. 아코디언, 실로폰, 그리고 종류가 구분 안되는 대형 현악기를 타는 3인조 밴드. 차가운 여름바람(?)이 씽씽 불어대는 8월의 밤. 독일의 밤거리 예술가들의 연주를 동영상으로 한번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