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반 시절, 제 꿈은 남자고등학교 선생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후끈한 땀 냄새 풍기며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나는 아이들.
학교라는 새장 속에 갇힌 그 터질듯한 에너지에 물꼬를 터주는 일. 힘들고 괴로울 때 쉴 수 있는 벤치가 되어주는 일. 그게 제 천직인 것 같았지요. 장식장에 진열된 보석 아닌 것은 모두 돌멩이로 취급하는 부박한 세상.
그러나 장대한 건물의 기초석이 되는 건, 반짝이는 보석이 아니라 큰 돌멩이라는 걸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싶었지요. 에둘러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사춘기는 지났지만 아직 어른은 되지 않은 사람을 가르치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개학입니다. 알 수 없이 크고 환한 힘으로 캠퍼스가 웅성입니다. 점심 먹고 돌아오다 하늘을 쳐다보았습니다. 편의점 앞 의자에서 재잘재잘 새처럼 노래하는 아이들을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그 순간 제 마음이 이렇게 말해왔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라. 더 따스하게 가르쳐라. 약한 자 짓밟으며 살지는 말되 포악한 자에게 짓밟히지도 않는, 용기와 지혜를 아이들에게 주어라. 오랫동안 네가 꾸어왔던 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