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도심에 위치한 노스 센트럴(North Central)은 버려진 곳이다. 주인 없이 비어있는 집이 절반 가까이 되고, 그나마 살고 있는 주민의 대부분은 절대 빈곤층이다. 고등학교까지 마친 사람이 1/3에 불과할 정도로 교육 수준도 낮다. 마약과 강도 살인 사건이 하루에 몇 건씩 벌어져 출동한 경찰을 대하는 것은 일상과도 같다. 도주하는 용의자를 찾기 위해 헬기까지 동원되기도 한다. 인근에 위치한 템플대학교는 학생들에게 출입을 경고할 정도로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 중 하나이다. 이곳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은 각종 범죄와 사건 사고, 그리고 마약이다. 보고 배울 롤모델도 없는 그 아이들은 과연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
누구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노스 센트럴에 제 발로 들어간 사람도 있다. 주민의 95%가 흑인들이니 겉모습만으로도 군계일학이다. 이태후 목사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이곳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회자가 되었다. 그후 몇 년 간 다른 사역자들과 비슷한 길을 가던 그가 노스 센트럴로 들어간 지 내년이면 15년이 된다. 이 목사는 이곳에서 어려움을 당한 이웃들의 법적 대리인으로 나서 주기도 하고 장례를 돕기도 한다. 함께 먹고 마시고 놀면서 그들 삶의 일부로 살아가는 것이 그가 하는 일이다. 낭만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동네 ATM에서 권총 강도를 만나 죽을뻔한 일도 있었고, 그의 옆집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이 방송을 통해 크게 알려지기도 했다.
연주 후 이태후 목사는 바이올린이 어떻게 생기고, 첼로에서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지휘자는 어떻게 팔을 흔드는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했던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초청되어 온 아이들의 대부분은 생전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접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힙합이 음악의 전부라고 알고 있는 그 아이들에게 첫 번째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 목사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에 큰 울림이 전해왔다.
이태후 목사를 처음 만났을 때 클래식 음악과 관련 인문지식에 관한 그의 내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노스 센트럴 주민들과 아이들을 이웃 삼아 살아가는 그가 빵과 성경이 아닌 또 하나의 선물을 소개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 여름, 12월에 필라델피아로 내려와 연주해 줄 수 있겠느냐는 그의 이야기를 다시 복기해 보았다.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을 전해주고 싶어하는 그의 또 다른 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