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1 드디어 텐트가 날 꾸짖기 시작했다.

by 김군


외국으로 나가기 전 후배와 먼저 우리나라를 돌며 자전거여행에 대한 실전감각을 쌓는 중이었다.

역시나 전에 했던 배낭여행의 그것들과는 달라, 하나하나가 새로우면서도 고난의 연속이었다.

짐받이에 짐 싣는 것부터 시작해 잠드는 순간까지의 모든 것이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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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2~3일정도 주행을 하다 보니 잘하진 못해도 감을 잡아가는 중이었는데

여전히 우리가 한 번도 못해본 게 하나 있었다.


"형, 오늘은 어떻게 할까요?"

"몰라, 그때 가서 보자."

우리나라는 여행 산업이 근래에 발달함과 동시에 값싼 게스트하우스가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예전부터 적은 돈으로 하룻밤을 보낼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바로, 찜질방이었다.

‘따뜻한 물로 씻을 수도 있고 등 따습게 잘 수도 있는 찜질방을 두고 왜 굳이 야영을 해?’

라는 현명하면서도 합리적인 판단으로 야영을 안 했..아니, 사실, 그건 거짓말이고 우리가 야영을 안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창피한 이야기지만 해본 적도 없으면서 까다롭고 혹시 모를 야밤의 사고로부터 지레 겁먹어, 여태껏 야영을 피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린 어느새 전주까지 내려왔음에도 여전히 야영도구 중 그 어느 무엇도 끌러보지 못한 상태였다.


'안 되겠다. 오늘은 꼭 해야겠어!'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어, 오늘은 어떻게든지 꼭 야영을 해야만 했다. 그런데 막상 야영을 하려니 두려움이나, 귀찮음, 이런 것보다도 어디에 야영할 지가 제일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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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경험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겠지만, 씻을 수도 있고 평평한 땅, 그러면서도 너무 외지지 않아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늦은 밤이 되었음에도 계속 이리저리 헤맸던 것이다.


"형, 그냥 찜질방이나 모텔 갈까요?"

"안 돼, 그러다간 끝까지 못 할 수 있어!"

길가에 ‘바로 여기입니다~’ 하고 쓰여 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게다가 상황이 이쯤 되니, 캠핑장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대부분 캠핑장은 산속에 있어서 우리가 있던 곳과 거리가 멀었고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여러모로 끌리지 않았다.


"형! 저기 어때요?"

둑을 달리다 하천 반대편에 어느 큰 식당이 보였다. 그곳엔 운 좋게도 큰 주차창이 딸려있었고 수돗가까지 떡하니 있어 우릴 반기는 듯 했다.


"저기서 야영하자. 식당 직원들도 있으니 안전할 테고 개까지 기르고 있으니 더 안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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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첫 야영준비를 하게 되었다. 물론 군대에서 해 본 적은 있었지만 그땐 하는 둥 마는 둥 해서 방법 같은 걸 기억할 리 없었다. 그래서 이날 우린 나름 심각하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끝끝내 완성했고, 별 것도 아닌 이것에 뿌듯함까지 느끼며 늦은 저녁식사를 기분좋게 마칠 수 있었다.


"진작 할걸, 이렇게 쉬운 걸!"

물론 이후로도 찜질방을 찾은 적은 있지만 전과 같은 이유는 아니었고, 그저 ‘가끔은 제대로 씻어주자!’ 라는 위생적인 이유였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네팔로 혼자 떠난 뒤였다.. 다시금 전과 같은 이유, 그중에서도 두려움이라는 놈이 내 몸을 자꾸만 야영이 아닌 숙소로 이끌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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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거주리'라는 마을의 허름한 숙소에 묵게 됐는데 축축한 침대에 놓인 야영도구가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며 푸념하는 듯 보였다.


'나 왜 데리고 왔냐? 네팔 구경 시켜주려고?'

'할 거라고! 기다려! 며칠 안 됐잖아! 그리고 더 가면 깊은 시골이라 이젠 숙소도 없어! 그땐 하기 싫어도 야영할 수밖에 없다고!'

네팔에 처음 도착한 곳이 수도인 ‘카트만두’, 그 중에서도 도심인 ‘타멜시티’이기에 야영 할 엄두가 없었다. 우리로 따지면 명동 한복판에다 야영을 할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지금까지는 아영을 못했던 것인데 이제는 외지로 왔으니 이런 핑계를 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책망하는 의미로 내가 텐트로 빙의해서 나 자신을 저렇게 꾸짖었나보다.


다음날, 뭔가 알 수 없는 패배감에 아침부터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내 기필코 오늘은 야영하고 만다!'

그렇게 헥헥대며 네팔의 오르내리막을 다람쥐처럼 달리다 보니, 해가 졌는데도 여전히 산속을 달리는 중이었다.

‘그냥 아까 마을에서 멈출걸 그랬나?’

으레 두 시간 간격으로 마을을 만났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는데 도통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나마쓰떼"

다행히 귀여운 아이를 만나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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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근처에 야영 할 곳이 있나요?"

잠시 후, 아이를 통해 만난 어느 아저씨에게 이렇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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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러니까, 잠자는 곳이요! 이렇게 잠잘 수 있는 곳."

말이 통하지 않아 손을 포개, 자는 시늉까지 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 코딱지만한 산골마을에 숙소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도 이 아저씨가 운영하는 이 마을의 유일한 숙소!

난 오늘 야영해야 하는데.......


아저씨는 잘못 이해해서 나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갔다. 그런데 숙소 앞에 다다랐을 무렵, 비탈진 산골마을인 이곳에 평평한 공간이 떡하니 있는 게 아닌가?


"사실 제가 오늘 꼭 텐트를 치려고 하는데요, 혹시 여기에 텐트 좀 쳐도 될까요? 자릿값은 드릴게요."

숙소 앞에서 야영이라니! 우리나라에선 말도 못 꺼낼 이야기지만 여행자의 특권이란 생각으로 부탁해 봤다. 물론 이번엔 내 마음이 잘 전달 될 수 있게 텐트까지 꺼내 확실히 말이다.

"그럼 상관없지~"

다행히 아저씨가 허락해주어, 어제의 약속을 보란 듯이 지킬 수 있었다.

어때? 이제 됐지!


DSC01159.JPG 야영 시기가 우기나 여름이라면 차양 있는 곳을 골라야 한다.

이후, 특별한 일이 없다면 난 항상 야영만을 고집하게 되었다. 왜냐면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텐트는 단순한 잠자리가 아닌 안락한 집이 되어 다가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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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단행본 '네팔 미얀마 자전거 타고 가봤니?'와 2017년 Daum 스토리펀딩에서 연재한 동명의 글을 기초하여 진행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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